조한기(새정치민주연합 서산태안지역위원장)

지난 9월 15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산태안지역위원회에서 ‘원도심(중앙통) 활성화를 위한 서산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같은 당 소속 임재관, 김보희 두 시의원이 주관했다.

어느 도시든지 도시가 확장되고 새로운 상권이 형성됨에 따라 구도심 공동화 현상을 겪게 마련인데 서산에서도 원도심 공동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토론회를 준비했다.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번영회 분들과 몇 차례 간담회도 하고 상가를 일일이 방문하여 설문조사도 했다. 상가의 사장님들에겐 생계가 걸린 문제이고 도심 공동화는 서산시의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하게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서산시에서 공개한 자료에는 중앙통 270여 개 상가 중 현재 54개의 상가가 비어있다고 했지만 돌아보니 그 보다 빈 상가가 더 많았고, 폐업을 준비 중인 상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고 특히 밤에는 인적이 끊겨 서부상가 쪽 빈 상가가 많은 지역은 귀신이 나올듯한 을씨년스런 분위기였다. 상가 하나가 빈 채로 방치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상가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빈 상가를 임대한 사례도 있었다.

우리는 우선 서산시가 중앙통 활성화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서산에 있는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다양한 소상공인 지원 사례를 들어본 후 설문조사를 통해 상가 사장님들의 의견을 정리하여 시에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토론회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고 토론회를 한다는 보도자료가 뿌려진 후 문제가 생겼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시청의 과장님이 토론회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를 해 온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정치적 성격의 행사이고’, ‘몇몇 분들이 왜 그 자릴 나가느냐’는 항의가 있어서 못 나가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과장님의 논리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몇 차례 논쟁했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담당 국장님과도 논의했는데 다시 상의해보겠다 했지만, 토론회 시작 시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결국, 서산시청의 입장을 듣지 못한 채 토론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정당을 통한 정치활동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이고 실제 한국 사회는 정당의 집권을 통해 움직인다. 서산시의 시장님도 특정 정당 소속의 정당인이고 서산시의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의원들도 전부 특정 정당 소속이다.

정치적 주제를 다루는 행사도 아니고 서산시의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토론회가 특정 정당의 행사이기 때문에 나오지 못한다는 과장님의 발상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의 정당한 ‘정책’활동을 폄훼하는 공직자의 직무유기로 보였다. 우리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서산시장님의 정당과 같은 정당이든 다른 정당이든 서산시의 주요 현안을 정당과 공무원이 함께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타 시·군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나는 서산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 전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보진 않는다. 하지만 담당 과장님의 답변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공직자가 자신의 고유 업무를 보는데 몇 몇 분들이 항의 전화를 해서 그 일을 진행하지 못한다거나 특정 정당의 행사이기 때문에 못 나가겠다는 태도야 말로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그 과장님을 타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관행이 혹시 굳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들어서이다. 시장님이 속한 정당과 다른 정당은 앞으로 시청 공무원들과 ‘정책’을 놓고 토론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야당이라고 해서 서산시의 중요한 정책을 시청 공무원들과 상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어서이다.

공무원들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면 서산시의 공무원은 특정 정당만을 위해서 일하게 되는 꼴이고 서산시는 편향적인 발전을 하게 될 것이다. 서산시 공무원들이 좀 더 열린 사고를 갖고 공명정대하게 서산시의 발전을 위해 애써주시길 바란다. 그것이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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