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할 땐 치료지만 그렇지 않을땐 올바른 양치질과 치료용 치약으로 치료가 가능!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새벽 공기가 사뭇 신선하다. 촉각이 시릴 정도로 말이다. 그러고 보니 가을 막바지다. 둘러보니 하얀 화선지에 번져가는 잉크 자국처럼 산야의 단풍이 요란스럽다.

이제 조용히 눈을 감자. 그리고 청각에 집중하자. 분명 신록의 초록 이파리 소리는 아니다. 껍질은 덧없어도 원숙의 자태를 갖춘 무채(無彩) 교향악이다. 태곳적 황량에서 태어나 피날레를 피워가고 있으니 생이 무상타 할 수 있으랴. 열반적정이다.

가을의 해넘이는 여울지다. 소복이 짙어가는 붉은 그림자에 부는 들녘 바람은 경건하다. 두 손 모으고 다시 청각에 집중하자. 들리는가? 뒷짐진 브람스가 구름 사이서 햇살 떨궈 따스하게 내려쪼이는 소리... 그래. 인생은 기다림이자 쳇바퀴란다.

깊어가는 가을 감수성에 내 오감이 흥취된 듯 싶다. 어떤 이들은 소싯적 추억에 스며들기도 할 터이다. 과거로 시간 여행하기 딱 좋은 시기니까. 그러고 보니 시간이란 물리적 개념은 참으로 신기하다. 편의상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지만 미래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과거가 되는 것이 아닌가. 과거, 현재, 미래가 본질상 하나이다. 그렇다면 시간은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虛像)일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는 동물만이 시간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 운명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겨울잠을 자고 식물들은 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이는 시간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일조량과 온도에 순응하는 자극과 반응관계일 뿐이다.

사담은 그만하고 시린 가을대신 현실적인 얘기를 꺼내보자. 우리 몸에서 가장 시린 부위는 어디일까? 관절도 오래 쓰면 시리고 안구도 눈물이 마르면 시리다. 하지만 시린 치아만큼 톡톡 쏘지는 않을 것이다.

시린 치아(지각과민성 치아)란 치아의 법랑질이 손상되고 상아질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을 때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법랑질이 치아의 상아질을 감싸 보호하고 있는데 이 법랑질이 파괴되면 내부에 있던 상아질이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런데 상아질에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있고 그 구멍은 치수의 모세혈관과 신경까지 연결된다. 따라서 차가운 물이나 바람 등에 노출되면 그 구멍을 통하여 외부 물질이 전달되어 신경을 자극시켜 과민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랑질이 파괴되는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흔한 원인으로 치경부마모를 지적할 수 있겠다. 이는 치아의 잇몸 쪽 목 부분이 파여 들어가는 증상을 말한다. 칫솔질을 위아래가 아닌 좌우로 세게 양치하거나 음식물을 힘주어 씹을 때 치아의 목 부분은 부스러져 나가게 된다. 또는 산도가 높은 음료수나 역류성 식도염에 의해서도 법랑질이 파괴되기도 한다.

시린 치아 치료는 어떻게 할까? 치경부마모에 의한 시린 치아 증상은 물리적 손상이므로 일반의약품으로 치료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외의 원인일 경우는 원인을 제거하면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이를테면 치과에서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 치료를 받았을 때 며칠간은 치아가 시릴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정상 치아로 회복이 되어 음식물 섭취에 큰 문제가 없게 된다.

신속한 회복을 목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현재까지 개발된 것이 없다. 물론 잇몸이 좋지 않아 치경에 문제가 있을 때 잇몸치료제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흔하지 않은 경우이다. 따라서 전문 치약을 써야 한다. 대표적으로 센소다인과 시린메드가 있다. 사실 두 치약은 큰 차이가 없다. 둘 모두 상아질의 구멍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센소다인(질산칼륨)은 그 구멍에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단단히 막아주고 시린메드(수산화인회석)는 약물이 직접 그 구멍을 차지하여 막아준다는 기전적 차별성에 있다.

이처럼 시린 치아 초기에는 올바른 양치질과 전용 치약으로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치경부가 노랗게 보일 정도로 손상되었다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