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읽기〕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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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읽기〕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최미향 기자
  • 승인 2019.10.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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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도서 - '혼자가 혼자에게'

 

제목만으로도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하는 여행산문집 끌림의 작가 이병률 시인이 5년 만에 신작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를 펴냈다. 이번 산문집에서 그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대신, 새로운 곳을 향한 사색을 시작했다.

시인으로서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 여행자로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에 주파수를 맞추어온 그가 써내려간 혼자의 자세와 단상은 세상에 점점이 흩어진 수많은 혼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합니다.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자연스럽게 혼자 있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걷고, 혼자 적막의 시간에 놓인 채 그 시간을 귀하게 보낸다. 사람들 속에 있더라도 짬짬이 혼자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사람. 사람을 좋아하는 작가답게 시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혼자 있는 이에게 좀 더 마음이 기운다. 그들이 길러내는 풍성한 시간에 호기심이 간다.

이병률 시인의 혼자가 혼자에게혼자인 자신과 혼자인 타인에 더욱 집중한다. 그 지점에서 맞닿은 우리의 교차점도 있을 것이다. 이렇다보니 여행지 같은 특정 장소보다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들에 더욱 집중한다.

산행, 작은 통나무집 한 채, 작업실, 게스트하우스, 기차나 종점으로 가는 버스 안처럼 우리가 주로 혼자인 채로 놓이는 장소들이다. 또한 혼자를 잘 가꾸어가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생애 첫 해외여행의 기록, 그리고 라디오 작가로 일했던 때의 방송 원고들을 살피며 자신의 처음들을 되짚어보는 일까지……. 책에는 오로지 혼자이기에 오롯이 깊어지고 누릴 수 있었던 시간들이 촘촘히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장면과 사유들은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을 담은 풍성한 사진과 어울리며 마치 그 공간 속에 같이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독서를 하고 문장 사이에서 멈추고 행간을 들여다보며 사유하는 순간마다, 네모난 프레임 속 사진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오며 생각의 여백을 채워줄 것이다. 이렇게 작가와 독자는 책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혼자겠지만 멈춘 발걸음과 바라본 시선이 어느덧 스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누군가 묻는다면 작가는 분명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라고 답할 것이다. 지금은 혼자일지라도 언젠가 사람들 속에 놓이는 때가 있을 것이고, 지금은 혼자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필연적으로 혼자가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독자들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오롯이 혼자인 채로 알싸할 것이다. 혼자인 작가를 혼자 만났다가 온 듯한 느낌도 들 것이다. 외로움인지 충만함인지 편안함인지 무엇도 아닌 새로운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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