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상 풀뿌리시민연대 사무국장

가로림만 조력발전 반대 운동이 한창 펼쳐지던 시기에 어민들은 “나라가 하겠다는 일을 우리들이 이렇게 반대한다고 해서 막아지겠어? 이거라도 안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라며 포기에 가까운 심정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반대 운동의 결과로 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되고 사실상 조력발전 사업이 폐기되자 어민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국민들이 안 된다고 하면 국가도 마냥 밀어붙일 수는 없는 거야.”
우리나라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군사독재를 경험하였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국민들의 반대에는 아랑곳없이 그들이 세운 정책을 관철시켜내던 시기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졌던 ‘도시미화’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집행되어야 할 정책이 반대로 시민들의 심장에 비수를 겨눈 격이다. 이렇듯 시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면 때로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채우기 위해서 전기 사업자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그러나 조력발전 사업이 시행되면 갯벌과 어업이 황폐화될 것이기 때문에 어민들은 이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여 이를 관철시킨 것이다.
최근 서산의 모 중학교에서 학교운동장 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인조잔디 방식의 운동장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예컨대 천연잔디, 인조잔디, 마사토 운동장에 대해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평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인조잔디 운동장의 편의성만을 일방적으로 과장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를 가지고 가정방문을 통해 이와 관련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느 학부모가 학교가 선호하고 있는 안에 대해서 선뜻 반대할 수 있을까.
26일 학교에서 설명회를 열어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한다고 하나, 이미 준비단계에서부터 형평성을 잃은 상황에서 공정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로림만 어민들이 자신들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개입했던 사례가 이 중학교에서도 재현되길 기대해본다.
최근에 한 시민으로부터 서산터미널 버스 하차장의 폭이 너무 좁아 양방향으로 오가는 사람이 만나면 난감하다는 이야기와 시 외곽지역 버스정류장에 비가림막이 없어 비가 오면 꼼짝없이 비를 다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은 국민과 시민을 위해 수립되어야 함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에게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소소한 불편함과 소소한 기대감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이것이 정책에 반영될 수가 없다.
때로는 거친 방식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크게 대립되지 않는 상황에서라면 간단한 의견 개진으로도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
시민들의 참여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 당장 주위를 둘러보고 내 주변이 이렇게 바뀌면 하는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여 바꾸자. 시민들의 참여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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