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천수만·가로림만의 생태관광 길을 찾다

낙동강하구 을숙도 생태공원
낙동강하구 을숙도 생태공원

강을 따라 흘러온 모래가 켜켜이 쌓여 발밑에서 솟아오르는 곳. 낙동강 하구엔 이렇게 자연이 빚어낸 습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을숙도(일웅도 포함)를 비롯한 4개의 섬()4개의 모래톱(), 그리고 4곳의 둔치가 바로 그곳이다. -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금강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생명의 보고 금강하구

다양한 생물종이 가득한 연안 습지 순천 순천만

우리나라 해안선의 특징을 모두 품고 있는 남해 앵강만

모래톱이 넓게 발달한 철새도래지 부산낙동강 하구

생태환경의 새로운 보고로 탈바꿈한 저력 울산 태화강

 

낙동강 하구새와 사람이 나눠 쓰는 생명의 땅

천수만, 생태자산 보호 의한 생태보호 권역 구획 지정 필요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공원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공원

 

낙동강 하구 습지는 철새 등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철새가 많이 찾아 이름도 새 을() 자로 시작하는 을숙도는 훼손과 보전의 역사가 뒤섞인 곳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경지로 사용되었으나 낙동강 하굿둑이 만들어진 후 풍파를 겪었다. 준설토 적치장, 해양분뇨 처리시설, 쓰레기매립장 등 각종 혐오 시설 집합소였다.

부산시는 1999년이 되어서야 친환경 을숙도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준설토적치장과 파밭 등으로 사용되던 을숙도 하단부에 인공습지 6개를 만들어 철새를 위한 공간으로 복원했다.

현재 을숙도는 새와 사람이 나눠 쓰고 있다. 을숙도문화회관이 들어선 A지구와 에코센터가 위치한 B지구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하단부의 핵심보전지구(D지구)와 완충지구(C지구)는 소규모 체험 행사 외에는 사람의 출입이 철저하게 제한된, 새들의 공간이다.

낙동강 하구 둔치의 변화에도 명암이 교차한다. 맥도(염막) 둔치는 염분이 많아 과거 쌀농사 대신 보리농사를 지었던 곳이다. 과거엔 갈대가 많아 공예품을 만들어 팔았고, 갈대밭에 사는 게로 젓갈을 담아 판 돈으로 자식들 학교도 보냈다. 그런 맥도 둔치가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도로에 가까운 쪽엔 운동 시설을 비롯한 이용지구가 조성됐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수로에 가면 물닭 등 새들을 볼 수 있지만 이용지구에선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저 둔치는 둔치 중 마지막에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시민들에겐 유채꽃 축제로 유명하지만 새들에게는 무성한 갈대숲 사이 오롯이 숨어 있는 습지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하구 유입 완충지역인 장림유수지 습지 조성 모습
하구 유입 완충지역인 장림유수지 습지 조성 모습

 

강 건너 삼락둔치는 둔치 중에서도 물억새 낙우송 등 습지 식물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맹꽁이와 두꺼비 등 양서류가 대거 서식하기도 하는 곳이다.

수치로만 보면 철새도래지로서 낙동강 하구의 위상은 여전하다. 부산시가 펴낸 낙동강 하구 생태계 모니터링 2017~2018’을 보면 2017~2018년 낙동강 하구를 찾은 조류 개체 수는 모두 197829마리로 10년 전(2007~2008) 132536마리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 아닌 로 따지면 달라진다. 하구의 대표 철새인 큰고니는 2017~2018년 최대 개체 수가 1638마리로, 최근 5년 평균 2417마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또 다른 대표종인 쇠제비갈매기는 아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산시의 경우 천수만 인근 양대동 쓰레기 매립장, 하수종말처리장과 현재 서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각장 등 환경폐기물 처리 시설이 밀집되고 있는 현상이 부산시와 유사하다. 부산시의 사례를 볼 때 환경폐기물 처리시설 개발에 앞서 반드시 천수만의 생태자산을 보호하기 의한 생태보호 권역 구획 지정 등 종합적인 도시계획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부산시나 순천시의 사례를 볼 때 이는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극명하게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낙동강 하구 습지는 부산을 대표하는 생태 자산

지자체, 시민단체, 시민 전문가 참여 민관 협치가 먼저

을숙도 생태공원에서 바라 본 아미산 전경
을숙도 생태공원에서 바라 본 아미산 전경

부산이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생태 자산인 낙동강 하구 습지를 여하히 활용하느냐에 딸려 있다. 특히 하굿둑 개방, 람사르 습지 등록 추진 등 어느 때보다 습지를 둘러싼 환경이 급속하게 바뀌는 지금이 습지를 재조명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선 지자체, 시민단체, 시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순천시의 사례만 보더라도 시가 끈질기게 설득하면서 주민들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았고, 시의 뜻에 동의한 주민들은 이후 든든한 우군이 되었다.

부산시 낙동강하구 보전·관리 조례 9조에는 하구관리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20인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고, 위원은 전문가 시민단체 주민 등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의회는 낙동강 하구 관련사업 추진 시 자문 역할을 맡는다. 서산시의 경우 조례제정을 통한 가칭 천수만 생태자원 관리협의회가 시급하다.

 

생태 관광이나 탐방 위한 개발로 낙동강 하구는 분주

천수만, 생태·문화 친수공간 이용 활성화 기본 구상 해야

을숙도 공원
을숙도 공원

 

을숙도 하단부에 위치한 낙동강하구 에코센터는 하구 습지 체험을 제공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찾는 인원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생태 체험 행사 수요는 많다는 의미다. 에코센터의 설명에 따르면 20137394명이었던 체험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는 20168708명으로 늘어났으며, 2018년엔 처음 1만 명을 넘어섰다(1864).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주말 가족대상으로 진행되는 생태체험(개인참여) 프로그램은 조류, 습지, 곤충, 식물, 야생동물 같은 주제 아래 18종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지난해에는 1162898명이 여기에 참여했다. 평소엔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새들의 공간으로 남은 철새공원 내 습지를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을숙도 걷기 행사도 1580명이 경험했다. 에코센터와 별도로 생태공원(둔치)을 낀 기초 지자체에서도 생태공원 탐방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관광공사는 화명생태공원 등지에서 출발하는 낙동강 생태 탐방선을 운행한다.

생태 관광이나 탐방 위한 개발로 낙동강 하구는 분주하다. 우선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내에 습지공원이 들어선다. 명지 국제신도시 1단계 부지 중 서편, 서낙동강 줄기를 따라 조성되는 습지 공원은 812756, 총사업비 450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 하반기 상단부가 우선 준공되며, 2020년 말 최종 완성될 예정이다.

아미산전망대에서 바라 본 철새도래지 사구
아미산전망대에서 바라 본 철새도래지 사구

 

2023년까지 조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내에도 인공 습지가 있다. 에코델타시티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따르면 전체 부지 중 남동쪽 끄트머리에 626000의 습지생태공원이 들어선다. 여기에는 철새 서식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서낙동강 줄기를 따라서 폭 100의 완충구간이 있는데, 이 중 일부 구간에 기존 논습지를 활용한 철새 먹이터(66000)가 조성된다.

이처럼 생태 관광이나 탐방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최근 완료된 용역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시 기후환경국에서는 국토교통부, 수자원공사와 함께 하구 생태·문화 친수공간 이용 활성화 기본 구상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착수했으며, 12월 중간 용역보고회를 거쳐 올해 3월 완료할 계획이다.

낙동강관리본부에서는 이와 별도로 ‘2030 낙동강 생태공원 마스터플랜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낙동강관리본부가 관리 중인 4곳의 생태공원과 을숙도 둔치 일원을 친수공간으로 정비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1월 용역이 발주됐으며, 역시 내년 3월 완료될 예정이다. 중간 용역 보고회 자료를 보면 5개 공원에 방문자 센터 설치 자전거 시설 확충 지천 생태복원 등을 통한 철새 서식 기능 강화 및 생태 거점 확충 등이 제안됐다.

부산시는 이와 별도로 양산시, 김해시와 공동으로 낙동강 뱃길 복원 관광자원 활성화 사업 용역을 시행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최종 용역보고서에서는 생태탐방선을 운행을 확대하고, 생태공원을 정비해 지역 축제 등 인근 문화자원과 연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처럼 부산시의 사례를 볼 때 생태도시 서산을 의한 미래구상은 ‘2030 천수만 생태공원 마스터플랜또는 생태·문화 친수공간 이용 활성화 기본 구상용역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기획 취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서산시가 도시계획 내에 생태도시 비전을 구체적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대로 그 기회를 방치한다면 서산은 회색빛 산업도시로 그 성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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