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평온하고 행복했던 그때....

 

 

가끔 30여 년 전, 그 당시 지금의 예천동 이편안아파트가 있던 자리는 대나무가 우거진 곳이 많았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대나무의 스산한 느낌이 참 좋았다.

집에 오는 길에는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길이 나를 반겨주었고 탱자나무 벽, 소 외양간, 아카시아 나무들 등 모든 것들이 나를 편안하게 감싸주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걸어서 학교를 다녔던 나는 ‘그런 때가 과연 있기나 했던가’ 싶을 정도로 그때 그 시절이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다.

가난했지만 모든 것이 평온하고 행복했던 그때.... 길을 걷다가 어느 집 담벼락 아래 우물이 있으면, 주인이 있든 없든 문을 열고 들어가 바가지로 벌컥벌컥 물을 떠먹곤 했다.

옛말에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있다. 어떤 장소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변해 버린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인데, 예전에 똥방죽이었던 곳이 지금의 호수공원으로 바뀐 걸 보면 이 사자성어가 제대로 실감난다.

핸드폰도 삐삐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 지금의 호수공원은 당시 벼를 키워내던 논이었는데 나는 친구들과 그곳에서 미꾸라지를 잡으며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엄마가 고단하게 사 주시던 가방 속 깡통 도시락을 꺼내 까먹곤 하고.

그때는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무엇보다 희망이 컸던 시절이었다.

대나무 사이로 노루, 토끼, 고양이들이 슬며시 보였고, 때론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며 집까지

부리나케 뛰어 가곤했던 그때 그 시절, 나는 요즘들어 그 시절이 무척 그립다.

서산로컬푸드 영농조합법인 한대희 대표
서산로컬푸드 영농조합법인 한대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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