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詩 」
가을을 만나기 전
오영미
그렇게 여름을 퍼붓더니
미치도록 몸부림쳐 대더니
천둥 번개로 하늘 쩍 쩍 갈라놓더니
변심이라도 한 양
살가운 햇살로 다가서는 유령
나는 창가에 서서 가을을 본다
태풍 몇 지나야 하고
한참은 모자도 써야 한다
낡은 선글라스를 바꿀까 고민해야 하고
들판의 곡식들도 살펴야 한다
휴가만은 거기로 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활용품 일체 너희 것은 사용하지 말자는
너희가 주장하는 망언은 쓰레기일 뿐
재활용도 안 되는 불치의 병
날이면 날마다 TV 화면에 나오는 여름
니아베 아베,
나도 안 볼 테니
방송국에서도 보내지 말았으면
가을을 만나기 전
아직은 여름
詩作노트
우리나라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되었다. 백색 국가란 무엇인가. 우방국이다. 자국의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전자부품 등을 타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를 가리킨다. 안전 보장 우호국 또는 화이트리스트, 화이트 국가라고도 한다. 이것은 일본이 또다시 우리나라를 무시하고 짓밟는 행위다. 우리나라 국민은 분개한다. 안 사고, 안 가고, 안 먹고, 안 입고 안 보고 싶다. 꼴도 보기 싫은 거다. 하지만 밉든 원수든 간에 서로 품어 상호 협력을 하며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마음은 죽이고 싶도록 밉지만, 경제를 생각하면 ‘미워도 다시 한번’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사는 세상에 원수질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과거청산, 적폐청산, 그 외 모든 청산 청산들... 그 청산들이야말로 나로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