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큰개불알꽃>

해마다 삼월이면

맨 먼저 겨드랑이에서 풀이 돋는다

사타구니 중간쯤 머물다

봄 햇살 양지바른 뜰

혈관이 드나들던 배꼽처럼

젊은 생애 작은 꽃으로 태어나

큰개불알을 품는다

잔잔해서 애잔했던 너

작아서 예뻤던 풀꽃의 우주를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보는 일

보랏빛 향기는 없고

큰 불알도 보이지 않았다

이름만 떠들썩한 소문에

씨 불알 가득한 겨드랑이만 간지럽다

너른 들판 작아서 예쁜 꽃

쪼그리고 오래 보니 큰 개불알이 보였다

 

詩作노트

오영미 시인
오영미 시인

삶을 살아가는데 화려하거나 풍족함만이 행복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멋진 집에서 멋진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분명 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서 각자 살아가는 존재감 역시 다를 뿐 비교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너른 들에 핀 작은 꽃들을 보며, 우리 인간의 삶 역시 차근차근 살펴 바라볼 때 분명 그들만의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가 존재하리란 믿음을 가져본다. 아주 천천히 오래 들여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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