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이야기-2 용접산업기사 표건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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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야기-2 용접산업기사 표건희 씨]
  • 김창연
  • 승인 2015.07.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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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아래 용접,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다”

수개월 치 임금 못 받을 때도
‘오늘도 안전하게’ 매일 기도해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서산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 베테랑 용접사로 활동하고 있는 표건희 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작업현장은 뜨겁게 달궈진 복사열까지 더해 가마솥 찜통을 방불케 한다. 이런 가운데 용접사들은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두꺼운 방열복과 장갑까지 착용하며 더위와 사투를 벌인다. 시원한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없다. 무더운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줄 파라솔이 전부다.
“힘들죠. 무더운 여름날 뙤약볕 아래서 일한다는 게 얼마나 곤욕인지 몰라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틀수 없는 곳이 우리들의 현장입니다. 또 겨울철에는 매서운 추위와 싸워야하고 항상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하니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죠.”
용접산업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표건희(44) 씨는 용접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젊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처음 용접봉을 잡을 때는 베테랑 용접사를 따라다니며 밥도 사고 술도 사가며 일을 배웠다. 특히 초보 용접사에게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았기에 베테랑 용접사를 모시고 살다시피 했다.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과 달리 일당을 받는 용접사에게는 꾸준히 일거리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용접사들의 대부분이 건설업계의 지인들을 통해 일거리를 소개받고 있죠.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만큼 인맥을 잘 관리해야하는 것도 이 직업의 특징이죠. 인간관계가 좋지 못하면 일거리 찾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힘들었던 IMF

최근 표 씨는 현대오일뱅크에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현장에 출근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만 한다. 특히 요즘 같이 건설경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일거리를 찾기란 더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이야 그나마 서산지역에 공단이 들어서면서 일거리가 많이 생기긴 했지만 IMF 때만해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거리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IMF때는 일거리를 찾아 목포에서 수개월간 일한적도 있죠. 어렵게 구한 일거리였기에 임금이 밀려도 군말 없이 일해야 했습니다. 임금이 지속적으로 밀릴 정도로 업체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부도를 맞아 돈 한푼 구경하지 못하고 내쫓긴 적도 있죠.”
IMF 당시 표 씨의 생활은 절망적이었다. 용접일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지만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어려움 때문에 새로운 길을 찾기도 했다. 특히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인명사고는 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

“공사 현장에서는 인명사고가 종종 일어나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사고를 겪는 모습을 볼때면 ‘이렇게 까지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고가 심각할 때는 몇 달간 작업장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딜레마에 시달리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표 씨는 다시 용접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자신의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용접이었기 때문이다. 용접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표 씨는 매일 아침 출근 때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오늘도 조심하자’, ‘다치지 말자’고 항상 기도하죠. 저뿐만이 아니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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