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장려운동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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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장려운동의 기억
  • 박두웅 편집국장
  • 승인 2019.07.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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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두웅 편집국장

“일부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은 이미 현장에서 마일드세븐 등 일본 담배와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 일본 맥주 등에 대한 전량 반품 처리와 판매중단에 돌입했습니다. 아베 정권과 일본 정부가 각성하고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불매운동을 할 것입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 이야기다.

최근 일본의 주요 전략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민간 단위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산에서도 공무원 노조가 시청에 현수막을 걸었고, 축협하나로마트는 일본제품 판매중단, 일반 시민들은 불매운동을 호소하는 거리행진을 가졌다.

우리 역사에 있어 소비행위가 일본을 대상으로 운동차원에서 전개된 사건은 일제 강점기 3.1운동 후 지식인이 중심이 되어 펼쳐진 ‘물산장려운동’이 최초였던 것 같다.

당시 ‘물산장려운동’은 일제 식민지하에서 우리 산업경제를 육성하자는 목적이었다. 당시 기본 실행요강을 보면 ▲ 설탕·소금·과일·음료를 제외한 나머지 음식물은 모두 우리 것을 사 쓴다 ▲ 부득이한 경우 외국산품을 사용하더라도 경제적 실용품을 써서 가급적 절약을 한다 등으로 조선물산장려운동의 기본정신이었다.

광복 이후에도 국산품 애용운동은 꾸준히 전개해 왔다. 그러나 100년이 흐른 지금은 시장의 경계나 물품의 국적이 사라지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다. 국산품 애용운동은 먼 기억에서조차 생소한 과거 유물이 되었다.

요즘 소비자들은 국산품, 수입품 구분이 없다. 수입이라는 절차보다는 직구(해외 직구매)를 통해 곧바로 손에 쥘 수 있다. 그러기에 일본에서는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의아해 한다. 가능한 일인지에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현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풀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일본으로 가던 여행객이 반투막이 났다. 국민들의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정부는 정공법으로 가라”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양상은 과거 일시적인 불매운동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의해 온라인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방식도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다. ‘보이콧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글귀와 일본의 일장기를 형상화해서 영어로 NO가 그려지는 등 다양한 로고가 누리꾼들에 의해 제작되어 삽시간에 퍼졌다.

또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렉서스·혼다 △전자제품 브랜드 소니·파나소닉·캐논△의류 브랜드 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 △맥주 브랜드 아사히·기린·삿포로 등 일본 제품 불매 목록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에서 ‘일본제품불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되고 있다.

사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2005년에는 독도를 둘러싸고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반발해 서울흥사단과 재경 독도향우회 주도로 불매운동이 있었다. 2011년에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자 한국담배판매중앙회가 나서서 일본 담배 불매운동을 벌였으나 크게 파장은 없었다.

그러나 2013년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반발해서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이 주도해서 불매운동이 전개되면서 당시에는 일본 제품의 판매가 뚜렷이 감소해 일본 맥주와 자동차 판매량이 20~30%가량 감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자 배상 판결에 내린 데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임을 모르지 않는다. 이런 걸 다 알고 있는 우리 국민으로선 일본에 대해 분노가 끓어오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100년전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전개됐던 ‘물산장려운동’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일본의 반성과 진정한 사죄가 없는 한 이번 수출규제는 침략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양국의 역사는 사라지지도 잊혀지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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