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신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전문의/순천향대 의대 외래 교수

나는 일개 의사이다. 그래 안민석의원 말처럼 나는 일개 의사이다 그러나 그 일개 의사들 중에는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사명감으로 일 하는 사람들이 분명이 있다 아무리 의료현장이 왜곡되고, 피폐해져도, 의사로써의 어떤 자긍심을 찾기 힘들어도 자신이 의사가 된 이유를 찾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내 진료실은 낡고 초라한 공간이지만 이렇게 찌질 하고 허접하게 살다가 인생을 마쳐도,,그리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이정도면 그냥 후회 없는 인생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도 난 그저 감사 할 뿐이다. 내 청춘을 보낸 곳. 내가 의사로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곳. 이곳에서 내가 의사가 된 이유를 찾으면서 살고 싶다

나는 피부과를 하려고 지원 했었다. 단지 쉽고 편해서 였다. 인턴을 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잠을 잘 시간이 없어 몇 일 못자는 날도 있었고 과중한 업무가 녹초가 되는 날의 연속 이였다. 피부과는 응급 환자나 중환자가 없어 편해 보였다.

한 사건이 내게 정신과로 내 인생을 바꾸게 하였다. 인턴 때 당당 했던 알코올 중독 환자는 아내가 공장에서 일을 하면 3살 난 딸과 같이 생활을 꾸려 나갔고 환자는 집안에 돈 되는 모든 물건의 술과 바꾸어 먹었다. 연탄조차도 술과 바꾸어 먹어 한 장 이상 사놓을 수가 없었다. 아내가 야근하고 새벽에 돌아온 추운 겨울밤에 남편은 하나 남은 연탄조차도 술과 바꾸어 먹고 술에 취해 자고 있었고 어린 딸은 체온이 떨어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아내는 가출을 했고 환자는 결국 식도 균열 파열이라는 알코올 중독 합병증으로 사망을 하게 되어 한 가족이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보면서 평탄하게 성장한 내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특히 아무 것도 모르고 죽어간 3살 난 아이의 죽음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었고 지금도 알코올 중독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 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 치료는 참으로 어렵다. 열심히 치료한 환자가 퇴원 당일 병원 앞 슈퍼에서 퇴원 기념으로 술 마시는 것을 보면 치료자로서 절망하게 된다. 친한 안과 의사 친구는 알코올 중독은 죽어야 낫는 병이라고 놀린다 . 정말 치료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답이 없는데 답을 찾는 나는 바보 아닌가?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3살 난 아이가 왜 죽어 가는지도 모르고 추위에 떨며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아니 막는데 조그마한 도움이 된다면 나는 정말 이 일을 하고 싶다. 안민석의원에게는 나는 일개 의사이지만 그래도 나는 신을 대신해서 이 의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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