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사 구혜정 영어교사

매일 새로운 정보로 재탄생되어 전파되고 있는 5G시대. 교육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정책이 바뀔 때 마다 사교육도 물살을 타고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이곳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흐름을 타고 가야 할지 초지일관 진득하게 가야 할지 매번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고민의 끝은 여측없이 ‘꾸준히 노력하고 학습하는 자가 승리자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처럼 어른도 하기 힘든 꾸준함을 우리 아이들은 여러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잘도 버텨낸다는 사실. 지금 이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유혹의 손길들이 도처에 잠복되어 있는가? 수많은 유혹들 앞에서도 ‘너는 안 된다. 공부만 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의 억지는 아닐까.

되돌아보니 지금쯤은 성인이 되었을 한 친구가 기억난다. 그 학생은 공부도 꽤나 잘했고 더군다나 수업시간에 집중력 하나는 끝내주는 친구였다. 소위 말해 ‘과외 할 맛이 나는 아이’였다고나 할까. 어느날 그 아이에게도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사춘기가 들이닥쳤다. 사춘기로 인해 이 친구가 쌓아놓은 탑들은 서서히 제자리를 잃고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가장 가까운 부모님조차 아들의 사춘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분명 신호를 보냈을 텐데도 말이다.

몇 달 동안 과외를 하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넌지시 “오늘은 햇살도 참 좋고 바람도 적당히 부는게 놀러 가기 딱 좋다 그치? 샘이랑 떡볶이 먹으면서 야외 수업하자” 억지로 끌고 나가 여러 시간을 보내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헤어질 무렵, 그 아이는 봇물처럼 속에 있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선생님, 공부가 이 세상에서 제일 지겹고 싫어요. 그냥 부모님 없이 먹고 자고 그렇게 혼자 살고 싶어요.”

당시, 과외가 정점을 찍을 시기였던 필자는 아이의 말에 그만 어안이 벙벙해져 한동안 붙박이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명이라도 더 성적을 끌어 올려 좋은 학교로 보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필자 안에 크나큰 울림 하나가 들렸다. ‘그래. 공부는 줄넘기구나. 준비운동이 반드시 필요했던 거야. 재주껏 2단, 3단을 몇 백번 뛰었다면 반드시 쉬어주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구나! 네게도 ’쉼‘이라는 것이 꼭 필요했는데 말이야.’

그 일을 계기로 필자는 다시 상담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누군가가 그들과 함께 동행해 준다면 더 없는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과 함께.

현재 필자는 더 없이 즐겁게 수업에 임하고 있다. 하다보면 선두로 치고 나가는 학생이 있는 반면, 뒤처지는 학생이 있다. 그럼에도 결코 조급해 하지도 안달하지도 않는다. 각자 성장곡선이 다르듯 자라면서, 배우면서, 목표는 수시로 유동성이 있으니까.

상담하러 오는 학부모들에게 자주 “내 아이가 평소 어떤 것에 즐거워하고 신나하는지 그것을 꾸준히 길러 주는 것도 교육입니다”라고 말한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한결같이 강조하는 게 “너희들은 무엇이든지 신나게 해야 한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무엇인가에 열중하다 보면 결과물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야.”

끝으로 서산시대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기고 펜을 놓을까 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아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적어도 내 아이가 잘 되기를 꿈꾼다면 말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점수보다는 노력에 주안점을 둔다면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다음을 위해 준비하는 아이들이 되지 않을까.

필자가 공부하는 교실 칠판에는 ‘너희에게도 스티브잡스와 같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라고 적혀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아이들은 실패와 맞서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그들에게 무한한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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