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 시민정책공작소 예산감시센터장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이 있다.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우리는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 살고 있다. TV를 켜면 예쁘고 멋진 연예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상품을 홍보하고 광고한다. 새로운 매체인 각종 미디어, SNS 등에도 광고가 넘쳐난다.

기업들은 생산한 상품을 팔기 위해 상품에 대한 홍보(광고)에 심혈을 기울인다. 홍보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도 행정을 집행하면서 생산된 각종 정책이나 행사, 지역의 관광지나 특산물 등을 알리기 위해 홍보비와 광고비를 편성해서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 기업이 이익을 위해 홍보를 한다면, 정부나 지자체는 행정운영과 정책 등을 알리기 위해 홍보를 한다.

하지만 소비를 위한 기업홍보와 공공성의 알리기 위한 지자체의 홍보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공공성(公共性)과 사유화(私有化)가 반대의 의미를 갖듯이 말이다.

실상 시정홍보의 경계를 구분하기란 참 어렵다.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지자체의 정책을 알리고, 각종 정보의 공개와 행사에 대한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홍보를 시정홍보라고 규정한다면 그것은 공공성을 담보한 홍보가 맞다.

서산시는 시정홍보라는 사업명으로 해마다 많은 예산을 편성해서 집행하고 있다. 언론(신문)과 방송을 통한 시정홍보는 서산시의 정책이나 관광지, 문화제, 축제, 특산물 등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시정홍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미디어홍보와 관련한 내용과 예산집행이다. 서산시는 미디어홍보 강화를 위해 2015년 본예산에 전년도(2014년) 대비 305,028천원을 증액 편성했다. 또한, 지난주에 끝난 제1회 추경예산(안)에 미디어시정홍보 예산으로 기정액 370,490천원 대비 9,130천원이 증액된 379,620천원을 편성하여 예산심의에서 가결되었다.

예산편성의 내용을 살펴보면 방송관련 예산과 SNS홍보, SNS서포터즈 운영비 등이 새롭게 편성되었는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시정홍보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서산시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미디어 시정홍보 방식을 보면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산시 인터넷뉴스, SNS활동, SNS서포터즈 운영 등 미디어홍보의 내용을 모니터 해보자. 내용을 보면 정책에 대해 시민의 소리나 행사에 참가하는 주민중심이 아닌 지자체장의 활동과 이미지에 포커싱을 맞춘 홍보 내용이 많다. 또한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공무원들(일반인 서포터즈 포함)은 이런 내용에 첨언을 덪붙혀 공유하는 방식으로 직·간접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SNS를 통해 시정을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시대에 맞춘 매우 적절한 시도이지만 지자체장 이미지 중심보다는 시민중심의 운영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시민의 혈세로 집행되는 미디어 홍보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SNS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는 내가 직접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도 네트워크 관계망 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시에서 직접 제작 운영하는 미디어홍보는 감시와 견제기능을 하는 언론의 걸름막도 없다.

현재로서는 정보 제공자인 시의 입맛대로 제작, 홍보할 수 있겠지만 이도 지나치면 경계주의보가 나온다. 지금이 그 경계선에 서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공공성을 앞세워 지자체장의 개인이미지 관리를 위한 홍보는 없어야 한다. 또 일부이겠지만 이를 SNS상에서 ‘좋아요’라고 눌러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공직자의 비애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홍보에 유용한 도구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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