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도자기 탄생의 최적의 장소

▲ 진열장을 가득 채운 작품들. 여미도예는 서산지역의 도예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공간이다.

예로부터 제대로 된 도자기는 산 좋고 물 좋은 가마터에서 만들어졌다. 이런 의미에서 운산면 여미리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여미도예는 좋은 도자기를 만들어낼 기본적인 요소가 매우 훌륭한 곳이다. 여미도예를 품고 있는 여미리 또한 ‘달빛예촌’이라는 아호를 자랑하는 마을이다 보니 문화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따라올 곳이 없어 보인다.

1년 6개월 전 사람을 사로잡는 풍경에 마음을 온통 빼앗긴 김명자 대표는 인적도 드문 이곳에 여미도예의 터를 잡게 됐다. 산 좋고 물 좋은 것과는 별반 관계가 없어진 시대인 까닭에 김 대표도 처음에는 작업장을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차릴 생각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인연에 이끌려 이곳까지 오게 됐다.

“대학 때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서는 전혀 경제적이지 못한 선택을 했네요. 상업적인 면은 많이 포기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보단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더 큽니다”

여미도예는 여미갤러리, 여미 디미방과 함께 신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달빛예촌 여미리를 이끌어가는 삼총사 중 하나로 그 역할이 갈수록 막중해지고 있다.

문을 연 초창기에는 산속의 암자나 다름없었지만 4계절이 한번쯤 돌았을 무렵부터 입소문을 타고, 도예 애호가들의 발걸음이 계속되며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10년도 훨씬 전 김 대표는 그냥 평범한 아줌마였다. 그러다 우연히 흙과 불이 만나 이뤄내는 도예의 매력에 빠져 제2의 인생을 살아왔다. 여미도예의 진열장에 쌓인 수많은 작품들에는 그간 김 대표가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다.

김 대표는 최근 도예가로서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 지난 10일 자신의 첫 도예전을 개최한 것이다. 차, 술, 사랑 등 이 세상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각종 다기와 주전자, 사발 등 40여 작품을 선보인 김 대표는 이번 도예전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도예에 관심을 갖는 밀알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여미리 산 중턱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도자기를 구워내고 있는 김명자 대표의 작품 속에 무슨 사연들이 담겨있을지는 여미도예에서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인터뷰 김명자 대표

“흙과 불이 만드는 희열 느껴보길!”

도예란 어떤 예술인가?

기다림이 필요한 예술이다. 좋은 흙으로 외형을 만들고, 불로 생명을 불어 넣는 것에는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다림의 끝에서 가마 문을 열 때의 설렘은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잊게 만든다. 흙과 불의 조화로 무궁무진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예술이다.

 

도예의 가장 큰 매력은?

기다림 끝에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800도의 온도에서 초벌을, 1250~1270도 사이에서 2번째 단계를 거쳐야만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 더욱이 가마를 열 때마다 제 각각의 개성을 가진 다른 작품들과 마주하는 것은 큰 희열이다. 주부들이라면 자신이 만든 그릇으로 차린 풍성한 식탁을 상상해 보라, 마음이 뿌듯해지지 않겠는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다들 사랑스러운 작품들이지만 옻칠 주전자는 특별이 애정이 간다. 옻칠 자체가 다른 작업에 비해 공정이 몇 배가 더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도 힘든 만큼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마주 했을 때의 희열이 더 크다. 그리고 라꾸소성으로 만들어 낸 작품들도 좋아한다.

 

애호가들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직접 도자기를 구워보기를 권한다. 다른 장르에 비해 더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데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해 손쉽게 도예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길은 항상 열려있다. 많은 분들이 도예의 매력적인 세계에 빠져보기를 희망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는 여미도예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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