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음력 정월 초삼일 개최, 마을주민 100여명 참여

 

▲ 창리 영신제’에서 창리 주민들의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서산 지역의 전통풍어제인 창리 영신제가 지난 7일 맹정호 서산시장과 마을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창리 영신제’란 마을 어민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조기잡이 신으로 일컬어지는 임경업 장군을 당신(堂神)으로 제례를 올리는 행사로 매년 음력 정월 초삼일에 창리 영신제 추진위원회(위원장 배영근)의 주최로 열린다.

서해안 일대인 당진시 고대리 안섬마을의 안섬풍어제 및 태안군 황도리의 풍어제와 더불어 대표적인 풍어제로 꼽히며 300여년 전 최초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될 만큼 유래도 깊다.

이날 포구에서 만선 깃발을 꽂는 용왕제를 시작으로 농악대와 함께 풍어를 기원하는 판 굿을 벌인 뒤 임경업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영신당으로 올라 제를 올렸다.

배영근 추진위원장은 “창리 영신제 개최로 어촌의 전통문화를 계승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앞으로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주민 소득증대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맹정호 서산시장을 비롯하여 각계 각층의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창리 주민들의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함께 기원했다.

 

 

 

풍어제에서 소를 바치는 까닭은?

부여 영고(迎鼓) 제천의식에서 유래

 

창리연신제를 비롯 인근 충남 태안군 안면읍 황도리에서 열리는 황도붕기풍어제,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5호인 당진안섬당제 등 대개 도서(島嶼) 지방이나 내륙의 대규모 당제 및 성황제에서는 소를 제상에 올린다.

이처럼 당제에서 돼지가 아닌 소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속인에 따르면 뱀은 곧 용을 뜻하므로 당신(堂神)인 당할아버지를 흔히 뱀에 빗대어 진대할아버지로 부르고, 돼지는 곧 뱀과 상극인 까닭에 돼지고기를 당제의 제물로 쓰지 않을 뿐 아니라 먹어서도 안 되고, 심지어 평소 주민들이 돼지를 사육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다고 전했다.

소에 대한 역사기록으로는 만주 송화강 유역의 연맹왕국 부여의 기록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부여에서는 매년 은정월(殷正月)에 영고(迎鼓)라는 제천의식을 행했으며, 그때 제물로 소를 바치고, 그 발굽이 갈라져 있으면 불길(不吉)하고 합쳐 있으면 길(吉)한 것으로 여겼다.

실제 한자(漢字)의 ‘고할 고(告)’자는 ‘소 우(牛)’에 ‘입구(口)’를 더한 것으로, 신령에게 소를 바쳐 소원을 빈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이렇듯 신에게 바치는 최대 제물은 통소로 소는 다른 제물에 비하여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많은 제비(祭費)를 걷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의 종교적 단결이 필요했다.

당산에 올릴 소는 수시로 당샘 물로 목욕을 시키며, 도살할 때까지 뜨물은 먹이지 않고 청수(淸水)만을 먹인다. 제수용 소는 당산에 스스로 올라가서 죽을 자리에 우뚝 선다는 전설도 흔하다. 소를 잡는 제관을 별도로 구성하는 마을도 있다. 그리고 도살하기 전에 제관들이 목욕재계하는 것은 보편적이다.

한편, 당제에서 바쳐진 소는 제사가 끝난 뒤에 온 동민의 음복(飮福)과 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이 된다. 각종 내장도 부위 별로 굽거나 삶아서 또는 날것으로 먹는다. 각종 부위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선의 전통적 조리법이다. 밤새 곤 쇠고깃국에 말아먹는 밥맛은 누구도 잊지 못한다. 어떤 마을은 아예 산에 올라 잔치를 벌이기도 하고 제관 집, 장자 집, 등 장마당, 마을회관 등에 모여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보기도 한다.

동제의 제수용 소는 마을신들이 흠향하고 나서 동민들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처럼 동제라는 종교적 축제의 정점에 소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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