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과 문화분권

 

▲ 임지영 기자

중앙정부의 재원과 권한을 지역으로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 개헌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계에서는 ‘문화분권’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린다.

사실 주말이면 젊은층은 서울로 서울로 문화생활을 즐기러 간다. 고속버스마다 빈자리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거리는 일이 예사다.

“같은 공연 하나를 보더라도 서울하고 차이가 너무 나요. 공연장 시설도 그렇고...더구나 단지 공연만 보는 것이 아니잖아요. 부가적인 즐길꺼리도 서울은 넘치니까요.”

젊은이들의 항변이 가볍지 않다.

사실 지역이 중앙의 문화예산을 지원받으려면 중앙에서 마련한 각종 공모사업에 신청해 채택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기관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추다보면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사업을 하거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것처럼 지역 정서나 실정에 맞지 않아 겉도는 일도 흔하다. 서로 협력해야 할 지역끼리 공모 과정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문화분권의 핵심은 말 그대로 중앙의 정책과 사업 및 예산을 대폭 지역으로 보내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 권한도 중앙에서 지역으로 이양해 지역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문화분권이 실현되면 지역 주민 스스로가 문화의 주체로 나서 생활 속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만들고 누림으로써 윤택한 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되고, 예술인의 창작이 활성화돼 지역 문화 자산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창작해 국가적으로도 풍성한 문화자산을 갖게 될 것이다. 다만 오랫동안의 투자와 노력이 있은 후에 말이다.

문화분권의 추진 주체로는 지자체별로 설립되어 있거나 설립하려고 하는 지역문화재단이 바람직하다. 지역문화재단은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설립되어 왔고, 특히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광역지자체 문화재단이 16개(17개 중 94%),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이 71개(226개 중 31%) 설립돼 운영 중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추세다.

서산시도 가칭 서산문화재단 설립을 앞두고 있다. 민선7기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사업기간은 2020년 1월 출범을 목표로 올해 재단 설립허가 및 등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문화재단이 주로 하는 일은 공연장 전시장 등의 문화시설 운영, 예술창작 지원, 문화예술 교육, 축제 개최, 문화도시 조성, 문화 전문인력 양성, 국제교류 등 지역에서의 다양한 문화사업이다. 지역문화 진흥의 플랫폼 역할이다.

지역의 사정과 특성을 잘 아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지역 문화정책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문화분권이 실현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지역은 제 몸에 맞는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분권시대에는 문화에서도 지역이 주체적으로 서야 한다.

서산문화재단 출범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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