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최미향 기자

 스위스 속담에 의하면 ‘아기를 가진 가정은 천사의 보호를 받는다.’고 했고, 아프리카 속담에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렇듯 아이를 키우는 데는 누가 부모랄 것도 없이 모두가 부모 같은 심정으로 그 가정을 보듬어 안아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생후 10일 된 아가를 데리고 혼자 여인숙에서 기거한다는 ‘서산 애기엄마 소식’을 며칠 전, 저녁나절에 들었다. “선생님,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어쩌지요?”라는 말을 끝으로 지인의 전화는 끊어졌다. 속사정은 모르지만 아무 것도 없는 방에서 갓난아이와 2주를 지냈다는 말에 울컥한다. 미역국은 고사하고 밥통은 물론 신생아 용품도 없을텐데...

여인숙이라면 취사는 당연히 금지되어 있을 테고. 어찌어찌하여 임시로 가스버너를 사용하도록 해줘도 화재는 물론, 좁은 방에서 버너를 켤 때 나오는 가스는 실내공기 오염의 주범. 신생아에게는 또 얼마만큼의 해(害)가 될까?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으로 다가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혼자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따뜻한 연대의식을 꿈꾸며 훌쩍 sns에 《여러분의 사랑이 두 생명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로부터 잠시 후, 천사들의 기적이 하나 둘 일어났다. 한마디 말도 없이 카카오페이로 송금을 보내 온 방송인과,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께서 카카오스토리의 쪽지로 “선생님, 작지만 보태고 싶다.”며 보내온 사랑의 손길들.

홍성에 계시는 이민정 복지사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여러 가지 물건들과 함께 가습기 대용으로 화초까지 사서 직접 싣고 서산의 복지사 선생님께 전해주고 가셨다. 가시면서 필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선생님 세상은 정말 따뜻해요. 제가 꽃집에 가서 화초를 사며 ‘가슴 아픈 애기엄마에게 선물을 줄 거라’고 했더니 따로 꽃다발을 안겨주며 ‘애기엄마에게 축하한다고 꼭 전해주세요. 이 꽃다발은 애기 엄마에게 주는 저의 작은 선물입니다.’라고 하는 거 있죠. 또 애기에게 전해 줄 겨울 내복을 사러 매장 갔더니 매장 주인은 ‘지금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들려주시면 신생아 용품을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어요. 너무 감동해서 울 뻔했어요 선생님. 저희 남편도 물건 전해줄 때 잊지 말고 꼭 미역국밥을 사가라고 한 거 있죠. 아마 잘 챙겨 드시지도 못하셨을 거라고요. 제 남편이지만 너무 감사하죠? 저는 오다가 식당에 들러 국밥 한 그릇 포장해서 복지사 선생님께 전해달라고 줬어요. 빨리 기운차려서 아기 잘 돌봐 달라구요.”

짧은 시간동안 통화를 하면서 ‘아 이분이야말로 천사시구나. 이 가정에 천사를 보내주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잔잔하고 따뜻한 말이 얼마나 상대를 훈훈하게 하는지 그녀는 과연 알까?

한국경제신문 이상은 기자님께서도 이 사연을 보시고 아가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골고루 챙겨서 택배로 보내주셨다. 그러면서도 더 필요한 것들이 없는지 물으시며 이것저것 챙겨서 몇 번이고 또 택배로 보내주신 아름다운 천사다.

“오늘 택배 하나 더 부치려는데 괜찮을까요? 전달도 일이라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라고 되레 필자에게 미안해했다. “괜찮아요. 절대 힘들지 않아요.”라고 안심시켰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늘 “고생이 많으시다.”며 감사하다고 했다.

서산의 신주공아파트 한지숙님 또한 필자의 글을 보고 연락을 해 왔다.

“저도 돕겠어요. 나이 마흔을 넘긴 저도 힘이 드는데....낳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키우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지금 온몸으로 느끼는 중입니다. 지금 애기 엄마는 얼마나 경황이 없을까요.”라며 이것저것 챙겨 “깨끗하지만 그래도 쓰던 물건이라 혹시 애기 엄마가 싫어하지 않을까요?”라며 걱정을 했다. 아 눈물이 흐른다. 세상 누가 각박하다 했으며 어떤 이가 흉하다고 했는가. 가슴이 데일 정도로 뜨거운 것을.

이번에 연락을 해 오신 분들은 하나같이 현재 아가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다. 아기 엄마의 아픔에 가장 먼저 마음을 열고, 가장 먼저 앞장서시는 걸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필자는 요즘 들어 따뜻한 연대의식을 배우는 중이다. 무엇보다 공동체라는 단어를 상당히 좋아한다. 무수한 덕목 중에 최고는 역시 ‘따뜻한 연대의식으로 만들어진 공동체’가 아닐까. 물론 아기를 낳는 것도 한 엄마요 온전히 기르는 것도 한 엄마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행복할 권리 속에는 따뜻한 연대의식으로 만들어진 공동체의 힘이 무엇보다 절실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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