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수소를 얻기 위한 에너지 문제가 ‘과제’

서산시 미래성장동력...연료전지분야와 수소자동차 연구중심도시 대안

 

▲ 수소에너지 국제포럼에서 양승조 충남지사가 김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과 함께 수소자를 시승하고 있다.
▲ 수소버스

 

100년 가까이 써왔던 석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인류는 무엇인가 획기적인 대안을 반드시 마련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우리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 바로 ‘수소 에너지’다. 시민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들린다. 수소에너지, 수소자동차. 그동안 들어보지도 못한 미래과학의 세계가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수소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엔트로피」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제러미 리프킨이라는 미국 경영학자의 「수소 혁명」이 그 기폭제의 역할을 했다. 리프킨의 주장은 간단하다. 이제 석유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수소가 그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20세기의 대부분을 석유 경제가 지배했던 것처럼 21세기는 수소가 우리의 문명을 재구성하고 세계 경제와 권력 구조를 재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는 법

수소를 얻기 위한 에너지 문제가 ‘과제’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는 법이다. 수소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환경친화적 청정에너지라는 주장만으로는 수소 에너지의 정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좋은 연료를 지금까지 방치해두었다면 인류 문명의 발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지 못했던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런 문제를 외면하고 수소의 장점만 내세우는 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우선 수소는 매우 가벼운 원소이기 때문에 연료의 부피는 석유 연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부피를 차지한다. 가스 상태로 활용하는 프로판보다 22배나 더 크다. 더욱이 수소는 액체로 만들기도 매우 어려운 물질이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소를 영하 423.17도 이하로 냉각시킨 후에 충분히 압축하면 액체가 된다. 비행기에 사용하는 제트 엔진과 같은 장치를 사용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또 수소를 운반하고 저장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팔라듐과 같은 금속이나 나노 소재를 이용해서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수소를 활용하려면 물(H2O)이나 탄화수소(CnHm)와 같은 수소 화합물에서 수소를 분리시켜야만 한다. 화학에서는 그런 과정을 ‘환원’(還元)이라고 한다.

먼저 수소를 얻기 위해서 가장 손 쉬운 방법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CH4)와 같은 탄화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연료를 쓰고 있는 자원을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수소로 전환시키는 것이 옳은 일일까? 더욱이 수소를 생산하고 남은 탄소도 결국에는 산화되어 이산화탄소로 대기 중에 방출된다. 역설적으로 수소의 활용이 온실 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수소를 얻기 위해 물을 이용한다. 지구 표면의 70퍼센트가 바다이고, 육지에서도 물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물을 이용해서 수소를 만드는 데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오히려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전기나 열을 이용하여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하려면 적당한 전해질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주에는 공짜가 없다’는 원칙은 열역학의 가장 강력한 원칙이다.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도 수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열역학 제1법칙이다.

문제는 수소와 산소로 분해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가 수소를 연소시켜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보다 클 수밖에 없다. 물을 분해한 수소를 사용할수록 물을 분해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낭비해야 한다. 수소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원자력이 등장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력을 이용해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원전의 위험성은 이미 소련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확인했다. 원전 사고는 인류의 재앙이다.

 

수소에너지, 대도시 환경오염 해결 ‘대안’

지역의 오염은 굳이 비용을 들여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 조건 필요

 

▲ 수소자동차

 

그렇다면 수소 에너지가 전혀 쓸모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도시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서는 에너지 소비 때문에 생기는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 즉 지방에서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고, 그렇게 생산한 수소를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대도시까지 운반해서 사용함으로써 대도시의 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면 수소 에너지가 대도시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서 수소를 생산하는 지역의 오염은 굳이 비용을 들여서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된다면 말이다.

구영모 자동차부품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자체소비를 하고 남는 여유 부생수소가 연간 40만톤”이라며 “이는 연간 수소전기차 200만대가 주행 가능한 규모”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7년 말 서울시 자동차 등록댓수는 수입차는 44만대 포함 356만대이다.

부생수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부품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수소 생산량은 연간 186만~190만톤으로 추정된다. 지역별 생산량은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이 48%를 차지한다. 이어 충남 31%, 전남 20%, 기타 1% 순이다. 이는 제조수소와 부생수소를 합한 양으로 제조수소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대규모 수소제조설비를 구축해 생산하는 것으로 수소자동차용으로 사용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에쓰오일은 울산에서 액화석유가스(LPG), 천연가스를 이용해 연간 37만톤의 수소를 생산, 탈황·크래킹 등 공정에 전량 활용한다.

지역별 부생수소 생산비중은 울산이 68%로 가장 많고, 전남(28%), 충남(2%)이 뒤를 잇고 있다. 그렇다고 부생수소도 수소자동차용으로 전량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LG화학은 여수에서 스타일렌모노머 생산시 13만톤의 부생수소가 발생하는데, 자체 수소원료가 필요한 공정에 소비하고 있다.

국내 부생수소 생산 업체별 순위는 에쓰오일 SK LG정유 롯데케미칼 여천NCC LG화학 한화석유화학 순이다. 이중 롯데케미칼 여천NCC 한화석유화학 삼성토탈 삼성BP화학 이수화학 등은 자체소비를 하고 일정량만 외부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서산지역은 추가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지난 8월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한화에너지에서 세계 최초로 초대형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착공했다. 한화에너지가 자본금 49%를 출자한 대산그린에너지(대표이사 김영욱)로 대산산업단지내 50MW 규모로 2만여 ㎡ 규모의 부지에 약 2,550억원을 투입한다. 이 발전소는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나프타분해설비(NCC)에서 나오는 수소를 연료를 활용, 2020년 6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서산지역 약 17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40만MWh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화에너지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 1월 한국동서발전, ㈜두산, SK증권과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인 대산그린에너지를 설립했다. 이 수소 연료전지 발전은 대산석유화학단지의 화학공정 부산물인 부생수소를 이용해 산소와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결국 대산석유화학 공정에서 자체 수요를 빼면 수소자동차에 사용가능한 부생수소량은 얼머나 될까? 앞으로 수소를 얻기 위한 별도의 원전이나 석유화학 시설, 또는 발전시설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파단을 해야 할까?

 

시민들, 수소에너지 정체와 한계 알아야

수소에 대한 환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소가 환경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 진실은 아니다. 수소를 활용하는 방법은 수소를 산소와 함께 직접 연소시켜서 열을 발생시키는 방법과 연료전지(fuel cell)를 통해서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수소를 직접 연소시킬 경우에는 상당한 양의 물이 수증기나 액체의 형태로 환경에 배출된다. 수소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렇게 배출된 물이 환경에 영향을 주게 된다.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황산과 같은 맹독성 전해질이 대량으로 필요하게 된다. 연료전지에서 만들어지는 물에서 그런 전해질을 분리해내는 일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결국 수소가 우리의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꿈의 에너지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수소가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소 에너지의 정체와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경우에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 중 핵심 원동력이자 혁신성장 3대 전략투자 분야다. 정부 계획대로 수소밸류체인이 구축되자면 충분한 수소 생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재와 같이 한계점이 드러나 있는 석유화학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에 의존하거나 원전을 더 지을 수 밖에 없다. 탈원전을 지향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후자는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석유화학단지 부생수소도 차고 넘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소를 서산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방안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아마도 수소에너지 공급, 즉 연료공급은 아닐것이다. 수소에너지 공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면 환경을 지키며 미래먹거리를 마련하는 전략적 판단을 재생에너지 신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이제 수소에너지 국가 정책중 서산시가 할 수 있는 선택분야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예를 들면 연료전지분야와 성연자동차밸리 및 부석면 바이오웰빙특구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 등을 활용한 수소자동차 연구중심도시도 그중 한 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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