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유세 마지막 날, 비난·막말·폭력까지 ‘흙탕물’

민주주의 과정에서 정책이나 후보에 대한 의사표현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은 가장 대표적인 의사표현 중의 하나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에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을 비난하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태도에 우려를 금할 길 없다.

더구나 선거 막판에 이르러 A 시장후보 선거캠프 관계자의 시민에 대한 폭력은 이유를 막론하고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의 존엄을 짓밟는 시장을 시민들은 원치 않는다. 즉시 사퇴하고,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 시장후보 지지자는 폭행피의자가 주취상태로 유세방해중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몸싸움 와중 발을 밟히고, 휘두르는 팔에 맞는 등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장도 양측의 주장이 난무하고 고성이 오가는 등 볼쌍 사나운 상황이 이어졌다.

영국 BBC방송국이 올 4월에 발표한 설문조사(‘글로벌서베이: 분열된 세상’)에 따르면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가장 큰 갈등 요인이 ‘정치적 견해차 갈등’(61%)이었다. 이는 조사대상 27개국중 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여기서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가장 높다는 것으로 한국인의 약 40%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정치적 관점이 다른 집단’을 지목한다는 무서운 말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이나 후보에 대한 대표적인 의사표현이 어찌 타도해야할 적이 되는가!

그리 멀지 않은 우리 역사에는 무섭도록 살이 떨리고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보도연맹 사건이 있다. 서산에는 지금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2000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들의 무덤도 없는 영혼이 구천을 떠돌고 있다. 당시 희생자들은 대전형무소로 이송도중 홍성군 광천읍 오서산 폐 금광굴에서 집단학살과 채 소송하지 못한 채 성연면 일람리 메지골, 양대리 및 소탐산 일대에서 총으로 또는 죽창으로 학살됐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이야기조차 꺼내기 불편한 사실들. 그러나 아무리 불편해도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는 법이다.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발생된 대규모 집단학살과 뒤이어 정착된 맹신적 반공주의. 인권과 정도보다는 편법을 쫒고 기만도 서슴지 않는 인명 경시 풍조, 양심을 백안시하는 극단적 잣대인 이데올로기, 친일청산의 어려움, ‘빨갱이’라는 단어로 국민을 이간시키는 정치인 등이 우리 사회를 불구로 만들어 놓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견해차 갈등’이 사회를 분열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대한민국.

우리는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비판적 의식과 성찰이 필요하다. 타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사유를 ‘단순한 생각함이 아니라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아우슈비츠 학살의 기획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재판정에서 끝까지 유대인 대량학살이라는 끔찍한 범죄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나는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신 앞에서는 유죄이지만 이 법 앞에서는 무죄다” 검사는 그의 죄를 “의심하지 않은 죄”, “생각하지 않은 죄”, 그리고 “행동하지 않은 죄” 라고 말했다.

한나 아렌트는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이히만의 세 가지 무능을 언급한다.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이 그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그중 가장 큰 죄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죄!” 희생자를 타자화한 것이라고 판결한다.

이제 선거운동은 끝났다. 우리는 이번 6.13지방선거을 통해 벌어졌던 모든 일들에 대해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분열된 사회’를 ‘열린사회’로 바꾸기 위해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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