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배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요즘 이 미투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처음엔 한 여검사가 검찰 간부의 성폭력을 당했다는 폭로로 시작된 미투는 문학계를 강타하고 연예계를 흔들고 종교지도자와 교육계, 그리고 정계에까지 광풍처럼 몰아쳐 급기야는 차기 대권 유력한 후보자를 침몰시키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이 폭풍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어디까지 그 파장이 미칠지 짐작할 수 없다.

미투(Me Too)란 ‘나도 당했다’, ‘나도 고발한다’라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여 생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 미투 운동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유명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이 여자 배우와 자신의 회사 여직원들을 상대로 수년간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가수 알리사 미라노가 미투 운동을 제안하여 캠페인을 시작한 지 하루에 무려 약 50만 명이나 지지를 표명했고 미국 전역으로 이 운동이 확산하여 유명한 명배우들이 파렴치한으로 전락하였으며 많은 유명인이 미투의 덫에 걸려 일생 쌓아놓은 명성이 삽시간에 땅에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면 이런 성폭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살펴보면 참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남성우월주의, 절대 권력에 대한 무기력, 도덕의 붕괴, 물질 만능주의, 죄의 불감증 등등. 수많은 원인과 동기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죄성 때문일 것이다. 아담의 범죄로 인한 죄악의 근성이 면면히 인간 속에 흘러 내려오기 때문이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는 사도 바울의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실수와 죄를 범하며 산다. 다만 그것의 경중이 있을 뿐이다. 성경에 보면 (창세기 4장 7절) 죄가 문에 엎드려 있다고 했다. 문만 열면 바로 죄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히 감춰지는 죄는 없다. 아무리 감춘다 하더라도 언젠가 스스로 소리치며 고개를 들 것이다.

그러면 과연 이 미투 운동이 더욱 활발해져 모두가 까발리고 고발하면 사회가 밝아지고 성폭력은 사라질까? 어느 정도는 소기의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건, 잠시 잠깐 불다 마는 계절풍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기 스스로가 아닌, 타인의 힘으로 억지로 정화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의 잘못만 들춰내어 서로 물고 물리는 사회는 진흙탕 싸움만 될 뿐이다.

비단 성폭력뿐만 아니다. 어쩌면 드러나지 않는 성폭력 못지않은 죄악이 망령처럼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교만, 미움, 시기, 질투, 사기, 폭력, 갑질, 음란, 온갖 더러운 생각들. 이러한 망령을 우리 주변에서 몰아내려면 자기를 스스로 돌아보아 뉘우치고 반성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밝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어느 종교 단체에서 ‘내 탓이요’라는 운동을 전개한 적이 있다. 남이 아니고 나 스스로를 고발해야 한다. 우선 자기의 잘못을 만천하에 공개할 용기가 없다면 적어도 상대방에게 만이라도 용서를 빌고 자신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지방 선거철이다. 많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뛰고 있다. 그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람들 앞에 떳떳하고 자격이 있는가? 이 시대 우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원하고 있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높은 도덕성과 책임을 요구한다. 그런 분들이 지도자가 될 때, 사회는 정의로워지고 미투 같은 운동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 그런 흠결을 털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면, 그건 남을 속이는 것보다 자기 스스로 속이는 행위가 될 것이다. 서로 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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