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류종철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정치의 꽃은 선거다. 선거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자기의 정책이나 인물 됨됨을 평가 받고 선택되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자기를 유권자에게 어떻게 하든 잘 알리고 선택받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한 대회를 나누길 원한다. 그러나 시간은 짧고 공간은 유한하다. 시간이 모자람이 아쉽고 거리가 멀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좋아하고 모으고 싶어 한다. 하물며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설이 별 효과를 못 본다는 통설이 지배적인 요즈음, 그들은 출판기념회라는 새로운 방법을 애용한다.

출판기념회는 많은 지지자들이 모인다. 그리고 그들은 합법적으로 책을 구매함으로써 좋아하는 정치인을 지원한다. 많은 지지자들을 모아 세를 과시하기도 하고, 자신은 승리에 대한 자기 최면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자기의 뜻을 알리고 후원자들은 합법적으로 정치인을 지원하는 좋은 의미의 출판기념회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선거 때만 되면 우후죽순 열리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한편으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 정치인들의 저서활동은 선거철이 아닌 평상시에는 보기가 어려운가? 정치란 자기가 생각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고 선거란 그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선택받는 행위라면, 그 정책이 하루아침에 생각 난 돌출적인 것이 아닐 진데 평소에 그 생각들을 꾸준히 정리하여 알리면 얼마나 좋을까? 선거철만이 아닌 평소에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 그립다.

자기의 생각과 정책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자기의 인생철학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저서의 출판은, 자신을 진솔 되게 알리는 수단으로 유용함은 이의가 없다. 그러나 꼭 다중을 모아 경비를 지출하면서 세를 과시하는 모양새를 보여야 하는가? 그 책의 내용물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조용한 내실 있는 홍보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릇 정치는, 특히 선거는 승자 독식의 문화다. 단 한 표의 승리로도 모든 영광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치인의 진정한 모습을 몰라 투표 후 자신의 투표행위에 대해 후회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의미에서 출판기념회를 비롯한 후보자와 유권자의 접촉면을 넓힐 필요가 있다. 물론 접촉의 제한을 엄격하게 하는 선거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보의 차단으로 일어나는 정치신인들의 진입 장벽도 작금의 선거법의 분명한 맹점이다. 그러나 출판기념회는 가진 것도 별로 없는 정치신인들이 그들의 선전수단으로 이용하기에는 자본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많이 알려진 기성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정치행위로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잔치 집 같은 선거철의 출판기념회는 왠지 잔치 후의 공허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선거 후 당선된 시장이나 도의원, 시의원들과 함께 그들의 저서에 대해 인터뷰를 해 봐야겠다. 그때는 그들로부터 차분하게 그의 살아온 길과 생각, 그리고 시민을 위한 열정을 듣고 시민들에게 알려야겠다. 그것이 언론의 책임이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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