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혁 마패예술단장의 30년 인생이야기

마패예술단. 서산태안지역을 비롯하여 사물놀이 세계에서 꽤나 알려진 단체다. 이를 이끌고 있는 조병혁 마패예술단 단장의 올해 나이는 45세. 그런 그의 사물놀이 연륜이 올해로 30년이라면 15세 때 입문하였다는 얘기이니 어찌 된 일인지 궁금증이 먼저 인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법산리 출신인 조 단장은 내포 앉은굿 보존회 조부원 회장의 아들이다.

충남도는 무형문화재 49호인 내포앉은굿은 충청 지역에서 무당이 앉아서 주로 경을 읽는 지역적·행위적 특성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앉은경, 독경, 양반굿 등으로도 불린다.

실제 우리 지역은 태안설위설경과 내포 앉은굿이 충남무형문화재 제24호와 49호에 각각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앉은굿’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이러한 집안 내력은 할머니대로 올라간다. 강신무로 신 내림을 받은 할머니와 아버지를 이어 조 단장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예사롭지 않다.

 

태안중 2학년 태안군 대표되다

중앙고 시절 김덕수 사물놀이패 눈에 띄어

 

태안중학교 2학년 때 창문 너머 멀리서 들려오는 농악단의 북소리가 심장을 울리며, 하늘의 구름은 거친 호흡을 몰아간다. 신내림이랄까. 그는 단숨에 북소리를 쫒아 농악단 학우를 만나고 단 이틀 만에 굿가락을 모두 배운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풍물반 생활은 씨름과 유도로 단련된 체력조건이 우수한 까닭에 선생님의 지시로 소고에 상모를 돌리는 역할을 맡았다.

남다른 재능과 열정에 실력이 돋보였던 중학교 2학년에 불과한 그에게 일반인이 참가하는 백제문화제대회에 태안군 대표로 참가하라는 박수천 태안풍물단 상쇠의 지시는 그의 운명을 바꾸게 하였다.

당시 심사의원이었던 한국민속촌 정인삼 민속단장은 중학생에 불과한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서산중앙고 특기생으로 선발케 했다. 졸업 후 한국민속촌으로 와야 한다는 약속과 함께.

중앙고에서도 그의 실력은 단연 돋보였다. 1학년 때 이광수,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 2~3학년 때에는 이미 뜬쇠(권칠성 단장)의 문하생으로 전문가의 길에 들어섰다.

졸업 후 약속대로 1년 남짓의 한국민속촌 생활과 군대를 갔다 온 후 그의 파란만장한 서울 생활이 시작됐다. ‘오금다리’로 상모를 돌리는 전통적인 그의 상모돌리기는 농악의 그것과 달라 발뒤꿈치와 무릎을 사용한다. 일반 농악의 목을 사용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한 때 충북 충주 국악단체 일원으로 참여했던 그는 서울에서 2001년 마침내 마패예술단을 창설하였다. 제자를 양성 전문적인 공부를 마치게 한 후 스승과 제자로 구성된 마패예술단. 2002년 월드컵 개최 순회도시 공연과 내노라하는 인간문화재들과의 합동 공연 등 그의 찬란한 전통예술세계로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이틀씩 강의를 나가는 중앙대 강사의 길도 이렇게 시작됐다.

 

고향으로 내려 온 2008년

전통문화예술의 가치 전달하고파

 

그런 그를 고향으로 불러 내린 것은 집안 사정 때문. 어린 시절부터 강신무의 내력을 가진 집안의 내력으로 마음고생, 몸 고생을 하시던 어머니를 모시게 된 것.

2008년 12월 결혼과 함께 고향에 정착한 그는 기획과 직접 공연을 주도하며 지역 전통문화 사물놀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그의 공연을 본 많은 지역 주민들은 심장이 터질듯 휘 몰아치는 소리에 놀랍고, 구름처럼 흘러가는 전통예술의 향기에 취한다.

조 단장의 계획은 앞으로도 고향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할 것이며 서산 지역에 살면서 인재를 발굴 후학을 양성하고, 시민들에게 가슴에 와 닿은 수준 높은 공연문화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고 밝힌다.

특히 무속신앙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소리와 장단을 발굴하고, 이를 창작타악으로 표현해 나가는 연구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악 세계를 사랑하며, 그의 예술세계를 알아주고, 가르침에 고마움으로 따뜻한 손을 잡아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조 단장.

지난 12월 아들을 순산 3남 1녀를 둔 아버지로써, 국악의 피를 이어 받았는지 서산초 3학년인 큰 딸이 창작타악에서 재능을 보일 때 ‘딸 바보’가 된다는 그의 밝은 미소가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추임새와 함께 문화예술의 향기로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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