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류종철

1931년 뉴욕의 여행보험사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산업재해의 사례를 분석하던 중 사고 발생의 일정한 법칙을 발견하여 산업재해 예방(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논문에서 세상의 모든 사고(事故)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법칙을 갖고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한명의 사망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중상의 사고가 29번, 경미한 사고가 300번의 확률로 발생한다는 것으로 이것을 하인리히의 1:29:300의 법칙이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확률의 숫자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고들은 아무 예고 없이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갖고 있는 필연적인 사고로, 큰 사고 전에 미리 전조 증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즉, 사소한 사고도 즉각 대처하지 않고 그 원인을 제거,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사고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는 뜻이다.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로 수많은 안타까운 인명 손실이 일어난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번에는 밀양의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7명의 아까운 생명이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런 사고의 연속적인 발생은 하인리히 법칙을 떠나서라도 더 큰 사고의 전주곡이 아닐지 참으로 걱정되는 상황이다.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사고라면, 정치적인 책임의 추궁이 아니라, 그 원인의 냉정한 분석과 그에 따르는 재발의 방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물며 정확한 원인규명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공세에만 혈안이 된다면 참으로 비판받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하인리히의 법칙은 산업재해나 사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1987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6월의 민중혁명은 박 종철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으로 폭발하였지만, 그 전에 이미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열망과 수많은 민초들의 조그마한 시위, 그에 따르는 탄압과 고문, 의문사 등이 비일비재하여, 드디어 큰 사고(민중 봉기)로 귀결되었음을 우리는 안다. 조그만 부정부패가 대형 권력형 비리로 나타나고, 아주 작은 민심이반의 증후가 종국에는 정권의 안위를 위협하는 사건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모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조그만 사고나 민심의 동향을 일회성의 우연히 일어난 해프닝으로 여기지 말고 유심히 살펴 그것에 대비하여 상응하는 소통과 대책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회사를 경영하는 CEO나 지자체를 이끄는 공직자들, 중앙정부를 맡고 있는 행정부 등 모든 영역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마음가짐으로, 사소하게 보일 지라도 직원들이나 시민들의 갈등이나 불안요소를 소통과 대화로서 미리 풀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민들의 조그만 행정적인 불만도 자주 일어나거나, 해결 없이 누적되면 언젠가는 큰 민심의 이반이 일어남을 하인리히의 법칙은 말하고 있다.

이 법칙은 개개인의 건강에도 적용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항상 몸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 즉 경고를 무시하면 안 된다. 조그만 증세도 자주 나타나거나 지속적일 때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생각하자. 미리미리 대비하고 문제가 작을 때 해결하는 자세, 그의 충언은 개인을 넘어 지역사회로, 그리고 국가에도 적용되는 새겨들어야 할 의미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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