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근 서산예천초 교사

저는 초등학교 체육교사입니다. 올해처럼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체육 수업을 하기 어려웠던 적이 없어 「서산시민 환경릴레이 기고」에 동참하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서산을 위한 시민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어릴 때 친구들과 물놀이했던 시내가 더러워져서 더 이상 옛 추억을 떠올리지 못해도, 흔했던 우렁이와 올챙이를 보기 힘들어도,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는 소나기를 이제는 그냥 맞으면서 길을 걸을 수 없어도 ‘그러려니’했지만, SF영화에서 흔히 보았던 2100년의 빌딩숲 사이의 앞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뿌연 먼지들이 지금의 우리 현실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서산은 SF영화의 세트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 앱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합니다. 농도가 ‘나쁨’으로 나오면 운동장 수업을 자제해야 하고, ‘매우 나쁨’으로 예상되는 날에는 어김없이 도교육청으로부터 야외활동을 하지 말라고 연락이 오니, 체육교사로서 미세먼지 농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 교실 창문이 열려 있다고 항의하는 학부모도 있는데, 그런 날에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본교는 41학급이다 보니 체육관을 편하게 사용하기 어려운데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운동장 사용이 어려운 날에는 건물 내부의 빈 공간을 찾아 대체 활동을 해야 합니다. 올해는 그런 날들이 참 많았습니다.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어린이들이 운동장에서 신나게 친구들과 뛰면서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매우 당연합니다. 하교 후에는 학원에 가야하니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체육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 어른들의 욕심과 무관심은 아이들에게서 그 기쁨을 빼앗고 있는 것이지요, 며칠 전에는 반대항 티볼경기를 하려고 운동장에 나왔다가 급히 실내로 쫓겨 들어갔어요. 전날 지곡의 삼보산업 폐기물 적치장에서 발생한 알루미늄 화재를 알지 못했던 제 운동장 수업을 보고 학부모가 학교로 알려준 것이지요. 당연한 조치라고 학생들은 이해하지만 서운한 것은 숨기지는 못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특히 작년부터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어 대통령 공약이 되었고, 그것이 정책이 되어 정부는 지난 9월에 2022년까지 국내배출량을 30%를 줄이겠다고 하였으며, 충남도는 6월 「중장기 대기질개선관리추진계획수립」을 수립하여 2025년까지 대기오염물질을 ‘13년 대비 35% 저감하는 목표를 계획하면서 약 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저는 아직 그 의지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특히 서산시의 산업폐기물 처리장과 양대동 쓰레기 소각장 설치에 관한 갈등 속에서 나타나는 NIMBY-PIMFY 논란을 보면서 서산시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투명하지 못해 보이는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설치하려는 지곡면의 산업폐기물처리장에는 바로 옆에는 수천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고, 쓰레기소각장을 설치하려는 천수만은 황새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들의 보금자리입니다. 또한, OECD가 지난 9월 공개한 초미세먼지 노출도에 따르면 서산시가 35개국 도시 중에서 최악인 것으로 조사되었음에도, 서산시는 미세먼지가 심각하게 발생하여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고형생활폐기물 발전소를 허가하고 코크스를 사용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보다 춥다는 요즘 날씨에 광장 앞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노숙하면서 단식하는 이들이 요구하는 대화를 외면하고 있는 서산시의 태도를 보면서 분노를 느낍니다.

흔히 사람들은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며 학생은 미래의 기둥이다.’라고 말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공부만을 요구했을 뿐, 정작 학교 운동장조차 학생들이 맘껏 뛰놀 수 없는 현실, 석탄 화력발전소와 대산공단의 매연으로 SF영화 세트장이 되어가고 있는 서산을 보면서 우리 시민들이 미래의 기둥을 위하여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오늘은 광장 앞에서 단식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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