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릴레이기고 남소라 (서산지킴이단)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서산이라 쓰여 진 진입로가 보이고 반가운 마음으로 진입로에 들어선다.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무슨 의식이라도 치루는 양 의례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깊은 숨을 들이쉬고 공기를 한참  동안 만져본다.

이 느낌, 이 기분...

내 집이 있는 내 고향 서산임을 느낄 때 주는 편안함이란...

생각도 잠시 “엄마, 제발 오늘은 신발에 푹신한 쿠션이나 솜을 좀 넣고 걸으셔요. 맨 날 다리 아프다 하지 말고요~” 하는 둘째 녀석의 기특한 잔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녀석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집을 나선다.

오늘로 26번째 도보행진. 나는 산폐장 건설을 저지 할 때까지 항의의 표시로 주민들과 함께 토요일 마다 서산시청에서 지곡면 무장리 산폐장까지 걷고 있다.

도로 위의 바람은 생각보다 거칠고 빠르게 달리는 차들에게 느끼는 공포감은 꽤나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의 걷기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계획이 취소 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온다. “왜 걷냐?”고.

물론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산폐장 건설을 막기 위해 걷는다. 평발에 걸음도 못 걷는 내 걸음으로 두어 시간 후 도착할 만큼 가까운 곳에 산폐장이 조성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엄마이기 때문에 걷고 아이들이 살아갈 고향이기 때문에 걷는다.

사람들은 의무시설인데 “어디다 갖다 버리냐?”며 묻는다. 의무시설이라면 내 건강을 생명을 해치는데도 받아 들여야 하는가? 그 의무

규정 적용조차도 업체와 서산시는 모호한 계산을 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시민, 아니 우리 엄마들을 데리고 노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난 확신 있게 아니라고 답한다. 그 무엇보다 “내 자식, 내 이웃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우선이지 그것을 초월하는 가치는 있을 수 없다!”고...

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어느 날 도로에서 갑자기 현기증과 메스꺼움을 느끼고 놀라서 집으로 들어온 날 저녁뉴스에서 “대산지역에서 무슨 가스인지가 누출되었고 심한 고통을 느낀 주민들이 병원을 찾았다”고 말하고 있던 것을...

산폐장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고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이건 미세먼지가 아니라 그냥 독극물 가스이기 때문이다.

우선 산폐장에서 처리할 폐기물의 종류가 우리가 산폐장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문제인데, 오토밸리 산폐장에 매립할 폐기물은 국가에서 지정한 지정폐기물로서 맹독성 물질들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처리 중 발생하는 11가지 물질은 발암물질, 폐질환 유발물질, 치매유발 물질들로서 굉장히 고위험군의 물질들이란 말이다.

이 물질들은 바람을 타고 15분이면 서산 시내 전역에 퍼진다.

이런 물질들을 들이 마시며 의무규정이니 받아 들여야 한다는 말은 “수돗물에 독극물을 타고 소독해야 하는 거니 그냥 마시라”는 말과 같다.

왜 우리시민의 건강이 개발이라는, 지역발전이라는 말보다 후순위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가 길을 가다 더러운 쓰레기 봉지를 봐도 피해 가기 마련인데, 하물며 이런 맹독성 페기물들이 매립되는데, 그것도 바로 코앞에 매립되는데 의무규정이니 받아들이란 말은 얼마나 어불성설의 막말인가 생각해 보라!

당신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 산업폐기물은 누가 배출해서 돈을 벌고, 누가 처리해서 돈을 벌며, 누가 그 맹독의 쓰레기에게 건강위협을 받아야하는가를 생각해보란 말이다.

또한 산폐장에 대해서 공부 할수록 이 산폐장을 지어야하는 당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 된다.

현재 오토밸리 산업공단 부지에는 약 60%정도 업체들의 입주가 끝났다. 그런데 이들 공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쓰레기보다 앞으로 남은 35% 약간 상회하는 더 작은 잔여 공단에 입주할 공장에서 64배나 많은 오염물을 배출한다고 계산되어 있다. 이렇게 황당할 정도의 계산을 근거로 산폐장 건설이 추진강행이 되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서산시는 산폐장 주변 반경 3km안의 산업폐기물만 매립할거라고 전단지를 뿌려 광고했으나, 산폐장 운영업체 즉 일반 사업자의 영업구역제한을 가하려면 반드시 근거법이 있어야 할 텐데 폐기물 처리에 관련한 모든 법률 어디를 찾아봐도 없다.

더구나 이제와서 서산시가 “산폐장 3km반경안의 산업폐기물만 처리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으며, 승인관청인 금강유역 환경처에서도 문서상으로 강제한 문서가 없다. 다만 사업자에게 강제해서 각서를 받아 내겠다”는 답을 들으니 어이가 없다.

우리는 서산시장의 역할이 무엇인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산폐장이 건설되면, 서산시장도, 시청도 우리 서산시민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 시민들과 엄마들이 나서서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동안 26차 걷기를 하면서 “누군가 막아주겠지”하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내가 앞장서고 우리 이웃이, 시민 모두가 함께해야 우리 서산시가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참아내며 걷고 있다. 이제 모두가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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