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교배(同種交配), 지역 발전을 가로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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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교배(同種交配), 지역 발전을 가로막다.
  • 서산시대
  • 승인 2017.09.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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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류종철

1997년 국가적 위기인 IMF를 극복하면서 사회가 겪은 많은 변화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사고의 전환이다. 여러 기존가치의 반성과 새로운 사고로의 전환 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직적 사고에서 수평적 사고로의 전환이라고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가정, 학교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현상이다. 각 직장에서는 부장, 과장, 계장 등의 수직적 편제에서 팀장 중심의 수평적 조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조직만 수평적으로 바뀌고, 조직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사고가 전혀 수평적이지 못하고 여전히 경직된 수직적 문화가 그 팀의 조직에 꽈리를 틀고 있다면 옛날의 수직적 구조에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필자는 수평적 사고를 가로 막는 여러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가 생물학적 용어로 동종교배(同種交配)라고 생각한다. 同種交配란 같은 종 안에서만 끼리끼리 번식을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사회학적으로는 비슷한 부류들만의 교류, 즉 끼리끼리 문화를 이야기한다. 同種交配는 의학적으로 후손에서 열성유전인자의 출현이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아져서 결국에는 그 종은 퇴화되어 멸망한다. 역사적으로는 고려왕조도 누이나 고모와도 결혼하는 근친결혼으로 왕족의 총명성이 떨어졌다는 학설이 학회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 왕족도 비슷한 경우로 이야기되고 있다. 동종교배를 나타내는 사회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다수의 대학은 자기 대학 출신들을 매우 우대하여 교수사회는 같은 대학 출신, 즉 같은 학풍의 교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즉 원로교수의 제자가 그 밑의 교수가 되고 그 후배가 또 교수가 되며, 다른 대학 출신의 교수 임용은 하늘의 별따기로 어려워, 같은 대학 출신들이 학과 교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후배교수는 선배교수나 스승교수의 업적을 뛰어 넘어 새로운 학문을 개척할 수 없다. 반론을 제기하기도 주저되고 심지어 어떤 경우는 예의 없는 무뢰한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여기에 수평적 토론은 설 자리를 잃는다. 제도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은 타 대학 출신으로 임용을 의무화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아직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동종교배는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분야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종교배, 즉 끼리끼리 문화는 쌓이고 쌓인 우리 사회의 적폐다.

우리는 끼리끼리 모이는 것을 참으로 좋아한다. 우리의 한 달 일정표에는 어김없이 동창회, 향우회 등의 모임이 주를 이룬다. 특히 지역사회가 작을수록 그 모임의 빈도와 중요도는 커진다. 즉, 서울 같은 대도시보다 서산에서는 더욱 이런 모임이 강하고, 서산보다는 필자가 살고 있는 해미는 더욱 강하다. 출퇴근길에 보이는 홍보 현수막은 초, 중, 고 동창회와 관계되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시민들에게는 이런 동창 모임이나 고향과 관계되는 모임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학창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 다른 학교 출신보다 같은 지역, 같은 학교 출신에게 불공평하게 특혜를 주는 불공정의 카르텔로 작동하지 않도록 모두 경각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어느 지역 마피아라든지, 교직사회에서 어느 어느 학교 출신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시중에 회자될 때 우리는 불공정한 사회를 떠 올린다. 우리는 소위 그 조직에 태생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대다수의 시민이다. 동종교배는 함께 타파해야 될 문화다. 끼리끼리 모이면 매일 보이는 것만 보이고 새로운 것을 볼 수가 없다. 끼리끼리 모이면 수평적 사고가 만들어지기 매우 어렵다. 조그만 지역사회를 사심 없이 잘 이끌어 달라고 지역민들이 지자체 장을 타지에서 모셔 와서 옹립하기도 하는 일본의 어떤 지자체는 단지 지방자치의 역사가 길어서 가능하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부럽기도 하다.

지역 정가가 내년 지방자치 선거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출생 후, 아니면 학교 졸업 후 온통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선거를 위해 급작스럽게 내려 온 후보도 있을 것이고, 비록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지역의 발전을 깊이 고민하고 새로운 발상으로 지역을 변화시킬 의지와 능력을 가진 후보도 있을 것이다. 우리 서산도 출생지가 서산인 소위 원주민들도 많고, 타지에서 여러 이유로 서산으로 와 함께 서산을 살아가는 시민들도 많을 것이다. 이제는 꼼꼼히 후보자의 비전과 능력을 검증하면서, 출생지나 출신학교를 좆아 불나방처럼 몰려다니는 투표는 우리의 서산에서는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즉, 무조건 선거에서 나와 동종(同種)만을 뽑겠다는 어리석음은 우리 지역사회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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