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성원 서산명지중 교사

아이들이 물어요. “선생님, 저희 의견을 건의할 시간과 장소도 주지 않고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농구장을 없애고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만들겠다면 그게 민주주의에요?” 농구장에서 농구하는 사람도,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도 모두 학생들이죠. 그런데 교장이 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그 쓰레기장이 교실 근처라면 어떨까요?

과격한 예를 들어 봤지만, 그런 학교는 없을 거에요. 그런 교장도 없고요. 학교에서 늘 가르치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사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지킬 줄 알고 민주시민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그리고 학생들은 교사에게 배우죠.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을 배우는 거죠. 선생님의 자세와 태도를 보며 배우고 깨닫는 거죠. 그래서 교사들은 늘 조심스럽고 늘 부끄럽고 그래요. 그런데 사회 모습이 때때로 너무 부끄러워 아이들한테 사과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놓고, 부조리가 넘쳐나고 상식이 무너지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그런 세상에서 잘 살 힘을 기르라고 학교에서 가르쳐야해요.

어떻게 가르쳐요? 세월호 사건 때 그랬어요. 아이들 교육을 잘 받아서 너무 질서를 잘 지켜서 죽었어요. 가만히 있어서... 지금 서산시에서 시민들의 얘기를 무시하고 가만히 있으라 해요.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까요? 자기들은 돈과 권력을 부풀리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 시민들의 삶과 권리는 신경도 쓰지 않는 거죠. 이렇게 우리가 사는 곳이 불통이고 독재에 가까운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야할지 걱정이에요. 뭘 배우겠어요? 그리고 나중에 서산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고향을 잃어버리게 되면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하겠어요? 아이들이 그때 서산이 이렇게 오염되고 버려야할 땅이 될 때 어른들은 뭐하고 있었냐고 물으면 뭐라고 할까요? 세월호가 기울어져 바다로 빠져들 때 얼른 가서 구하지 않고 뭘 했냐고 물으면 뭐라고 할까요?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나라에 맡기자고 할 건가요? 나라와 시는 전혀 아이들을 구할 생각이 없는데 그렇게 맡기고 있어야 하나요?

지금 서산시는 오로지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민들의 생명권은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떳떳한 교사가 되기 위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서산시는 이런 문제를 지역이기주의라느니 님비(nimby)니 하면서 몰아가려해요. 그런데 저는 절대로 그런 문제가 아니고, 필요 없는 시설인데 기업과 권력이 돈을 벌려고 하는 짓이라 생각해요. 그러니 권력 많은 분들 잘살게 만들기 위해 우리 삶의 터전을 망칠 순 없잖아요. 저는 그래서 반대합니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야죠. 그래야 시민들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을 하죠. 그래야 절차적으로 민주주의죠. 그래야 아이들한테 떳떳하죠. 시민들 몰래 아는 사람 몇 명만 불러놓고 공청회라고 해 놓고 시민들이 대부분 찬성한다고 하면 그게 무슨 민주주의에요? 두서없는 글이 되었다면 너무 화가 나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해주세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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