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혼돈과 분노의 자괴심으로 뒤덮었던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과 그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불거진 박영수 특검의 제출 증거 자료 중 삼성 미래전략실의 언론 길들이기 문자메세지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이미 국민들은 심정적으로 금력의 언론 길들이기와 부역 언론의 존재와 폐해를 알고는 있었으나, 적나라한 모습으로 그 존재가 확인되고, 그 적폐가 생각보다 더 심각함을 보임으로써 그 충격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검은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정부와 언론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증거의 하나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직급)의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여 증거로 채택되었다.

이 문자 메시지가 세상에 알려짐으로써 대한민국의 일부 언론이 재벌 권력 앞에 어떻게 부역하고 행동했는지 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언론사의 삼성그룹에 대한 청탁과 아부는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합뉴스의 간부는 “진심으로 열심히 기사 방향을 잡으며 신경 쓰고 있다”고 썼고, 문화일보의 간부는 노골적으로 광고의 액수까지 적어서 강요한다. 또 다른 모 언론의 간부는 친척의 인사를 청탁하고 다른 언론의 간부는 추잡하게도 퇴임 후 본인의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한다. 또 다른 언론사의 간부는 거꾸로 삼성 임원 친척의 언론사 인사를 도와주고 자랑스럽게 보고하며, 또 다른 언론은 정부의 인사 동향과 정보를 미리 알려 주며 그 공을 과시한다.

현재 이 치욕스런 언론의 부역을 그나마 보도하는 언론은 jtbc를 비롯해 몇몇에 불과하고, 이 사건의 주역인 언론사들 중 그나마 사과문을 내놓은 곳은 CBS정도이다. 그 치욕의 언론사 구성원인 기자들이 해당 간부와 경영진에 대한 항의나 자체적 반성의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몇몇에 지나지 않고 대다수는 보도조차 안하는 의도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아직도 이번 사건이 얼마나 근본적으로 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지 그 심각성을 모른다는 반증이다. 아니 자기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는 아예 안하거나, 아직도 자기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권력에 아부하고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기 삼아 권력과 부정 세력으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언론의 적폐는 중앙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고 현재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특히 지역의 권언 유착의 뿌리는 견고하고 역사가 깊어 중앙 언론의 권언유착, 금언유착 못지않게 지역사회에 큰 병폐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많다.

아니 시민사회나 다른 건전한 언론의 상호감시나 통제를 벗어났다는 의미에서 지방의 유착과 병폐는 오히려 심각하다. 언론 보도를 무기 삼아 그 권력을 사리사욕 챙기기에 악용하는 유형은 매우 다양하나 이번에 장충기 문자에서 드러난 모든 유형이 지역에도 고스란히 존재한다.

관공서 광고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반대로 비판의 펜대를 구독료 몇 부나 광고료로 꺾기도 한다. 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일감을 몰아 받으면서 펜을 꺾기도 하고 각종 언론사 주최 상을 마련하여 상장 장사를 하기도 한다. 우리 지역에는 이런 쓰레기 같은 언론, 기레기는 정말로 없는가? 시민들이 두 눈을 부릅뜰 일이다.

깨어 있는 시민이 건전한 사회를 만든다. 건전한 언론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 언론은 권력, 금력, 그리고 부정의 권력 카르텔과는 언제나 건전한 긴장관계가 필연적이다. 언론을 권력이라고 표현한다면, 그 권력과 살아 있는 권력은 항상 견제하는 긴장관계이어야 정상이다. 그 긴장관계에는 당연히 신문사의 대표도 포함되어야 한다.

서산시대는 이런 언론의 원칙을 지켜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토호의 부정과 비리를 보도하자 부정의 당사자가 수 억 원의 허위보도라며 웃지못할 소송을 진행하며 신문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고, 한 때는 광고 수주에 어려움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이처럼 서산시대는 창간 3년차에 아직도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여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배고파도 풀은 먹지 않는 호랑이의 기백으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지역의 파수꾼으로서 언론의 외로운 길을 갈 것이다.

뜻을 함께하는 이사들, 직원들, 그리고 후원자분들과 신문의 주인인 주주들의 희생과 후원이 있는 한 서산시대는 건강한 풀뿌리 지역언론으로, 또한 독립 시민의 신문으로 언론의 정도를 갈 것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