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걸어 온 길

 지난 5월 부석면 효잔치에 마호순(101세) 할머니께서 장수상을 받으셨다.

올해로 꼭 백년(1917년 5월생). 우리나라 나이로 101세가 되신 마호순 할머니를 찾아뵙는 날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뵙는 기분이었다.

부석면 봉락1리 흑석동 아담한 양옥집에 아들(78세)과 며느리(71세) 셋이서 사시는 마호순 할머니는 80이 채 안돼 보이는 건강한 분이셨다.

집 주변에 아름드리나무들이 많고, 집 앞으로는 흑석 저수지가 있어 집 주변이 시원했다.

그날 기온이 30도를 웃돌았는데도 마 할머니는 밭에서 마늘을 캐고 계셨다.

“못하시게 해도 어머니가 우리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신다."

아드님이 한사코 안으로 들어가시라고 해도 마 할머니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당진 우강이 고향인 할머니는 17세에 이곳 봉락리에 시집을 와 84년을 사셨다. 아들 넷, 딸 넷 모두 팔남매를 두셨는데 모두 건강하게 생전에 있다고 한다. 마 할머니는 15년 전 할아버지를 여의고 지금껏 나쁜 일 없이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달 할머니의 101살 생신을 맞아 팔남매에 손주, 증손주까지 40여명 가족이 안면도에 모여 생일잔치를 했다고 한다.

큰딸이 일본에서 살고 있어 참석을 못했지만 제일 큰 손주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고 하니 100년이란 세월이 대단하다.

아들은 어머니가 특별히 좋아 하시는 음식은 없지만 아무거나 잘 잡수시고 소식을 하신다고 귀뜸했다.

땅에서 일을 하는 게 평생의 낙이라고 하시는 할머니는 땅 냄새를 맡아야 기운이 나고 시름

을 잊는다고 하셨다.

소일로 무엇을 하시느냐고 여쭤보니 “나는 젊어서부터 낮잠도 안자고 TV도 안 봐. 그거 볼 시간 있으면 일을 해야지” 하신다.

아들은 마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부지런하시여 나태해지는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평생을 사셨다고 한다. 며느리는 “일을 한번 잡으면 끝날 때까지 쉬지 않는 성격이라 젊은 우리들이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지금도 어머니의 고집을 꺽을 수가 없다”며 “어머니께서 너무 부지런 하셔서 따라가기 힘들 때가 많다”고 마 할머니의 부지런함을 전했다.

실제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창질로 마늘을 캐는 모습이 누가 봐도 100세가 넘으신 분으로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들은 “몇 일전 마늘 캐는 일을 시작하면서 어머니께서 일하시다 힘드시면 쉬시라고 밭 옆 나무그늘 밑에 커다란 의자를 갔다 놨지만 어머니는 한번도 그늘에 들어가 쉬시지 않으셨다”고 걱정을 한다.

젊어서부터 병원이라고는 몇 년 전 안과에 간 것 밖에는 없고, 약은 소화제도 먹어보지 않

으셨다는 마 할머니.

“저녁식사를 하시면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아침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잠을 주무신다”며 “우리 어머니의 장수 비결을 잠을 잘 주무시는데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거나 잘 드시고, 늘 움직이는 부지런 함"에 있는 것 같다고 아들은 전했다.

단지 겨울철 농한기에는 집에서 10분 거리의 경로당에 다니시는데 작년 까지만 해도 걸어서 갔는데 지금은 유모차를 밀고 다니신다고 했다.

이처럼 마 할머니의 신체연령은 실제 나이보다 한 20년은 젊은 80세정도로 보인다. 꼿꼿한 허리며 말씀 하시는 언어능력, 사물을 대하는 인지능력도 대단하시다.

며느리는 “집안의 자녀들 생일이며 제사 등 생각이 안날 때는 어머니께 물어보면 틀림없이 기억을 하실 정도로 기억력도 좋으셔서 농사일에 바빠서 챙기지 못하는 집안 애경사들은 어머니께서 챙겨 주시고 있다”며 “지금도 어머니에게서 배우며 산다. 부디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변해가는 우리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이 마 할머니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일까.

마호순 할머니의 건강철학에서 기능성건강식품이나 장수를 바라는 욕심보다 소박한 삶이 더 소중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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