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림복지원 임태성 원장이 추천하는
당신들의 천국 저자 이청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모든 인간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서림복지원 로비에는 이와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임태성 원장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고 말한다. 장애인 재활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림복지원에는 4개 시설이 있다. 지적·지체장애인 재활 훈련을 통한 사회진출을 도모하는 서림복지원,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증장애인에 대한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서림요양원, 장애인가족의 항시보호 부담을 덜어주는 주간보호센터의 서림단기보호센터, 직업교육을 시행하는 서림직업재활원이다.

임 원장은 장애인 인권 문제에 관심이 높다. 어쩌면 서림복지원 그 자체가 장애인 인권을 찾아가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권했다.

『당신들의 천국』에서 작가는 인간의 <선한 의지>는 믿을 만한 것인가, 인간의 <선한 의지>가 변질되지 않고 처음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이 점을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진다.

한센병 환자들의 집단거주구역인 소록도에 부임하는 원장들은 일그러진 몸뚱이와 불행한 과거를 지닌 환자들을 보며 한결같이 <선한 의지>를 발동한다. 즉 소록도를 환자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천국>으로 만들어 주려는 것.

그러나 천국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어김없이 비도덕적, 비윤리적 문제들이 생겨난다. 자신들이 가진 이상향을 이루기 위해 폭력과 억압, 죽음에 이르는 폭정도 불사한다. 소록도는 바로 이러한 <천국>이 지어졌다 무너지고 지어졌다 무너지는 현장이다.

소설속 이야기이지만 <선한 의지>라는 미명 아래 공포와 눈물로 일그러지는 소록도 주민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인간이란 <선한 의지>를 구현할 수 있을 만큼의 선한 존재인가 하는 탄식이 흘러나오게 된다.

작품은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위험하고 또 변질되기 쉬운 것인지를 여러 인물들을 통해 드러낸다. 그리고 그러한 변질과 배반을 추적하며, 결국 <천국>은 누군가의 의지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인간은 흔들리는 갈대처럼 자신의 불완전한 욕망 앞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존재이기에 새로운 상황 앞에서 어느 쪽으로 휘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인간이 인간의 불완전성을 망각하고 자신의 천국을 타인에게 강요할 때 우리는 뜻밖의 <지옥>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의 불완전함과 한계를 수긍하고, 그 운명에 귀 기울일 때 바로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나의 천국>을 만난다.

임 원장은 자신의 천국을 강요하지 않는다. 복지원의 종사자, 운영진, 생활인이 서로 서로 자율성을 갖고 견제하면서 복지원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임태성 원장은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나의 천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박두웅 기자 simin1178@naver.com

 

읽은이가 밑줄 친 구절

'사랑'이 없는 '자유'로 살아가는 문둥이 단체에 아무리 헌신적인 '사랑'도 천국의 문을 여는 데에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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