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소탐대실도 이런 소탐대실이 없다. 국외 문화재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원래 소유주인 서산 부석사로 인도하라는 대전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토로하는 한 중앙지 기사 제목이다.

기자는 “문화재 문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정 작품 하나 때문에 국외 문화재 전체를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한 문화재 전문가 말을 인용했다.

그는 불교미술 권위자라는 정영호 단국대 석좌교수도 대전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을 보고서 "부끄럽고 속상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소탐대실은 말 그대로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는 뜻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라면 소탐하는 사람들은 서산 시민과 부석사이고, 이런 서산시민들 때문에 ‘부끄럽고 속상하다’는 것이다.

이런 언론플레이에 이어 피고인 정부 측은 즉시 항소와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또 다른 재판부는 가처분신청을 받아 들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부석사 인도를 중지시켰다. 놀랍도록 전광석화 같고 일사불란한 대응이다.

문제는 피고인 정부 측의 시각이다. 정부 측은 가처분신청 이유에 대해 “미리 불상을 인도하면 훼손 등이 우려된다”며 “나중에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을 때 (부석사 측이)불상을 내놓지 않거나 숨기면 회수가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가 놀랍고 경악스럽다.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애당초 서산시민은 문화재를 정성껏 관리하고, 보관할 수준이 안 되는 저급의 국민이며, 더 나아가 부석사는 나중에 대법원 판결에 불복, 불상을 내놓지 않거나 숨길 우려조차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추정한 것이다.

일본 측 대변인도 아닌 대한민국 정부의 이런 시각에 안타깝고 분노를 삭이기 어려울 지경이다.

약탈문화재의 반환은 정의의 실현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소장자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강화하면서 문화재의 기원 내력과 취득경위의 입증 책임을 소장자에게 묻고 있다.

더구나 유통과정상의 적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자리로 복원이고 이를 자발적으로 이행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UNESCO 및 최근 들어서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틀 내에 문화재의 반환에 대한 법적 의무의 성립 여부에 관계없이 이를 자발적으로 기원국으로 반환하는 경향이 증대하고 있다」는 John Henry Merryman의 보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일본 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국제사회는 역사적 진실을 마주할 용기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부석사관음상의 제자리로 복원은 한일 양국 간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관계정립의 기준선이 된다. 남의 귀중한 유물을 약탈한 역사를 덮어두고 미래의 우호관계를 위해 잊으라는 식의 몰염치로는 좋은 이웃이 될 수 없다.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 반환 문제를 단순히 외교적 갈등을 봉합하려는 근시안적인 사고로 접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금동관세음보살은 고려국의 서주민들의 간절한 기도와 소원을 담아 탄생하였다. 남다른 출생과 세찬 풍파를 견디어 오늘에 이른 것은 결국 탄생 당시의 기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대마도와 그 인근의 한국 불상들이 복장물이 사라진 가운데 유일무이하게 부석사관음상만이 복장물을 지키어 오늘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는 점은 기적과도 같다.

우리 서산시민은 일본은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이웃이 되기를 요구하며, 굽신거림과 강박관념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와 일부 문화재 전문가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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