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으면서도 다른 아시아 각국의 설 이야기

▲ 베트남 설 상 차림

요즘 상가나 음식점 등 일반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자주 부딪치고 만나게 되는 게 다문화 이주 여성들이다.
고향을 떠나 낯 설은 타향에서 가정을 이루고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설 명절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우리의 설 문화가 소중한 만큼 그들의 문화도 소중하다. 2017년 정유년 설을 맞아 그들의 설맞이를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인터뷰 화티후웡(베트남 하노이, 35세)
“고향의 가족과 한국가족 모두 소중해”

2010년 한국으로 시집 와 큰아들(5세) 작은아들(1세) 둘을 낳고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는 화티후웡.
아직은 한국어 언어구사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고향 설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남편의 직업은 농사로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농사일을 돕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상냥하고 밝은 성격이며 부지런했다. 동네 인삼밭에서 인삼채취를 하며 남은 인삼을 가져다 인삼차도 끓이고, 인삼에 콩을 넣어 만든 베트남식의 빵과 음식을 먹어보라고 내 주었다.
그녀는 지난 2015년. 결혼 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에 다녀왔다고 했다. 고향을 가고 싶지만 너무 멀어 갈 수 없다는 그녀는 설이란 말에 눈물부터 보였다.
그녀는 베트남에도 1월1일 명절이 있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건 여기나 똑 같다고 말한다. 
한국의 전, 떡과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한국의 음식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지는 음식인 반면에 베트남의 음식은 과일 껍질로 감싸서 찜을 하는 식의 음식(반쯩, Bánh Chưng)이 많다고 했다. 떡도 한국과 다르게 쌀가루를 바나나 잎이나 연잎으로 싸서 끓는 물속에 넣고 쪄 먹는다.
그녀는 처음 한국에 와서 음식이 맞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베트남은 주로 백김치를 담아 먹기에 김치의 매운 맛은 지금도 먹기가 힘들다며 머리를 흔들면서도 활짝 웃는다.
명절이 되면 남편의 형님(동서) 식구들이 와서 주로 음식을 만들고 시아버지의 제사도 지낸
다고 했다. 한국 여자들은 명절이 되면 많은 음식준비에 힘들어 하고 우울증에도 걸린다고 했더니 그녀는 웃으면서 “그런 일들은 힘들지 않다. 온 가족이 모이는 건 너무 행복하고 즐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명절에 많은 가족들이 모이면 고국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혼자된 어머니가 일을 다니시며 딸 둘을 키우셨다”고 고향의 어머니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고국에 계신 어머니와 가끔씩 전화통화도 하고 손자들 사진도 보내 드린다는 그녀의 전화기에 저장된 많은 고향 베트남 사진을 보면서 고향은 언제나 그리운 곳임을 느꼈다.
그녀는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베트남 고국에서 배웠던 좋은 문화와 한국의 문화에 대한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한다.
"어디든 사람 사는 건 다 똑 같다."
"고국에서 어머니, 동생과 살 때처럼, 지금은 한국에서는 남편과 두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친정 식구들에게 서로 다른 곳에서 살더라도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는 고국의 그리운 어머니 못지않은 귀한 가족이 이곳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터뷰 팜티투(베트남 하이퐁, 27세)
“전통의상 아오자이 그리워”

▲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학생들

다문화 사무실에서 이주여성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일상은 날마다 새롭고 즐겁다. 기자의 인터뷰에 그녀는 감성 있는 언어구사로 침착하고 상냥하게 답해주었다.
그녀는 “고국 베트남의 명절과 한국의 명절은 크게 보면 별 다를 게 없지만, 명절 전 후 7일 정도는 모든 직장이 휴무이기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음식과 즐거운 덕담을 나누며 즐긴다”고 말했다.
그녀는 “명절에 입었던 전통의상 아오자이는 일상복으로 활용을 했으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교복으로 입었던 게 생각난다”고 고향에서의 추억을 전했다.
그녀는 명절에 즐겼던 전통놀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도 지금은 많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한다. 음식 소개도 곁들였다. 베트남에는 한국의 명절에 먹는 떡국처럼 명절아침에 먹는 반쯩(Bánh Chưng)이라는 떡 종류가 있는데 찹쌀에 녹두, 돼지고기를 섞어서 만든 떡으로 참 맛있는 떡이라고 했다.
그녀는 베트남에서도 명절이면 절을 찾아 즐겼는데, 이번 명절에 한국의 대표 사찰 불국사에 가서 한국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만에서 생활을 조금 했었는데, 어릴 때부터 외국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기회가 되면 외국에 나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그녀는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이를 하나 더 갖고 싶지 않느냐는 말에 수줍게 웃는 그녀. 그녀는 “앞으로 공부를 더해서 한국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고 많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고국에 계신 부모님께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앞으로는 편안하게 사셨으면 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서인(몽골, 37세)
“명절에 즐긴 샤갸게임 생각 나”

▲ 샤가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들

초등학교 5학년인 큰아들과 1학년인 작은 아들을 둔 김서인 씨는 다문화 사무실에서 이주 여성을 위한 이중 언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몽골의 특성상 대다수 70%가 이주생활을 하며 살고 있는데 반해 그녀는 아버지가  공무원인 관계로 정착 생활을 했으며, 대학교를 졸업하고 방송국기자로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한국에 온지 11년이 된 그녀의 언어구사 능력은 대단했다.
그녀는 몽골의 설 명절은 대자연을 섬기는 특별한 행사로 명절 아침에 음식을 가지고 넓은 들로 나가 제사를 지내고, 새해 건강과 소원들을 빌며 그곳에서 지낸 제사 음식은 모두 두고 온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이 되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았는데, 명절이 다가오면 집안의 어른들은 가족 한사람씩 선물을 준비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였다. 어린이들에게는 주로 사탕, 과일 선물로 하고, 성인 여자들은 옷감(비단)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옷감을 선물로 받았던 게 정말 좋은 선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몽골의 서쪽 호숫가에 살아서 생선을 많이 먹었는데, 이곳 서산에 와서는 고국에서 먹었던 우럭 젖국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명절이 되면 집집마다 만두를 빚어 먹는데, 자기 집에서 키우던 양이나 염소 등을 잡아 그것으로 집집마다 각각 다른 만두소를 넣어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고 했다.
명절에 아이들은 샤가(동물의 뼈로 만든 놀이 기구)를 가지고 한국의 윷놀이나, 공기놀이, 주사위 같은 놀이를 하며 놀았다고 했다. 샤가 게임은 집중력을 높이는 놀이로 어렸을 때 많이 했던 놀이라며 샤가 놀이에 대해 설명을 하는 그녀는 마치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간 듯 얼굴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그녀는 8남매 중 4째로 오빠와 언니, 동생이 해외로 이주해 살고 있어서 온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명절에 가고 싶은 곳으로 서울에 있는 몽골 타운을 꼽았다. 그렇게나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싶은 그녀였다.
그녀는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형제들에게 “건강하고 바라는 소원 이루며 살길 바란다. 형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그녀는 “앞으로 각국의 언어공부를 해서 이주여성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며 “새해에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그녀는 시어머니께서 집안일을 도와주셔서 직장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다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인터뷰 황해하(중국 사천 충칭시, 43세)
세뱃돈은 빨간 봉투(홍빠이)에 넣어 줘
 

▲ 새뱃돈 홍빠이

큰아들이 대학교에 다니고 작은 아들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그녀는 다문화 이주여성이 운영하는 아시안 쿡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평소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다고 했다.
한국의 명절은 2~3일로 짧은데 비해 중국의 명절 기간은 7~14일로 길다. 그녀는 설에는 친척들 집을 다니며, 음식을 먹고 세뱃돈을 주고받는데, 세뱃돈은 빨간 봉투(홍빠이)에 넣어 주며 이것을 야쑤이첸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또 설에는 치파오라는 전통의상을 입고 명절에 빨간 봉투를 받았던 게 생각이 난다고 했다.

▲ 중국 설 차림상

그녀는 한국에는 명절에 먹는 대표적인 떡국이 있다면 고국에서는 탕유엔이라는 오색 떡이 있다고 했다. 이 오색 떡(탕유엔)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화목하게 지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4남매 중 맏딸로 명절이면 절에서 많이 놀았던 기억이 있으며 놀이공원에 놀러 다녔던 기억이 많다고 했다. 이번 명절 연휴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제주도라고 했다. 한국에 와서 가보고 싶은 곳이 제주도였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다고.
그녀는 고향은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이지만 마음대로 갈 수 없는 먼 곳이라며 “부모님께 서 건강 하시고 원하시는 일이 모두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한국에 온지 20년이 되었다는 그녀는 다른 이주 여성들보다 여유가 있어 보였다. 덧붙여 그녀는 한국에 온 여성들이 곧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이유가 자기의 국적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고 설명 하면서 자신도 그런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록 여기에 와서 살고 있지만 누가 자신의 부모가 계신 고국을 버리고 싶겠느냐?"고 내게 되묻기도 했다. 그녀의 전화벨은 중국의 전통가요로 되어 있었다.

사람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 항상 그리운 존재다.
특히 새해 첫 명절처럼 가족이 그리운 날이 있을까? 인터뷰에 응해 준 그녀들의 공통점은 “어디에 살든 그 곳이 어디 든 사람 사는 것은 모두 똑 같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 안에 행복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복을 찾아 한국에 온 그녀들에게 올 한해 복이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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