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의 눈물이 만든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
기쁜우리아동발달센터와 장애인지원센터 운영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한 엄마의 “우리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절박한 바람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적이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의 눈물이 모여 만든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회장 심효숙)에서는 이런 말을 꺼내지 못한다.

대신 ‘우리 아이들이 장애인으로서가 아니라 먼저 인간으로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엄마는 이 세상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2월 장애인, 특히나 발달장애에 대한 변변한 인식조차 없을 때 서산지역에 문을 연 (사)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는 장애인 중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뇌병변, 지적, 자폐성 등의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부모들이 모여 결성했다.

12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이야 복지정책의 발달로 발달장애에 대한 특수교육이나 권리 등에 대해 논하지만 서산지회가 처음 결성됐을 때는 한마디로 불모지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척박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 분노하고, 각성한 부모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위해 노력하면서 세상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들은 결국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지만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는 장애인관련 정책개발과 제도개선 활동, 장애인 권리 옹호, 상담실 운영, 부모 역량 강화, 장애인위기가정 시례관리, 장애인식개선 사업 등 다양한 활동으로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을 조금씩 앞당기고 있다.

이중 지난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치료서비스는 서산지역 발달장애인 과 그 가족들에게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소중한 존재다.

현재 서산지회에서는 기쁜우리아동발달센터와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기쁜우리아동발달센터는 한두 가지 영역의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기존의 형태와는 달리 한 장소에서 모든 영역의 치료 서비스가 종합적으로 제공되는 Multi-Channel Support 센터로 스노젤렌실(심리안정실)을 비롯해 인지, 말‧언어, 미술심리, 감각통합 프로그램 등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도 장애인가정이 무너지기 전에 미리 가정을 보강하고 지원해 경제적, 사회적, 국가적 손실을 예방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절박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까닭에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 135명 회원들의 결집력은 다른 단체보다 훨씬 강하다. 사랑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이들이 있어 평등한 세상에 대해 희망을 갖는다.

 

인터뷰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 심효숙 회장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위해 최선 다할 것”

지난 2000년 서산에 내려왔는데 당시 지역 상황이 충격적이었다. 성인이 된 우리 아이를 어느 프로그램에 데려갔는데 12명의 참가자 중 9명이 문맹이었다.

너무나 암담한 현실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발달장애 자녀를 둔 35명의 부모들이 뜻을 모아 공신력 있는 단체를 만든 것이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다.

초창기에는 일반 장애에 대한 인식조차 성립되지 않았던 시기라 발달장애는 한참 뒷전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권리주장을 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지역사회 곳곳을 돌며 발달장애인들의 권리에 대해 알렸고, 10여 년 전에는 충남도교육청에서 천막농성 끝에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등 아이들을 위해 뚝심 있게 밀고 나가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내 아이의 미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로 바뀌어 더 많은 일에 신경을 쓰고 노력하게 됐다. 현재는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했는데 참가한 15명이 전원 합격하는 큰일을 해냈다. 2017년에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카페와 푸드 트럭 등의 사업을 심도 있게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발달장애인 주관 활동서비스 등을 통해 전공과까지 졸업한 아이들이 집에서 쉬면서 자립능력이 퇴화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언제든 일자리가 생기면 동참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최종목표는 발달장애 아이들이 최대한 스스로 자립해 사회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변화를 이루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모든 일을 해나가겠다. 시민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길 당부한다.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 조성희 부회장

“더 많은 변화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

아기 때 후천적 뇌손상으로 장애를 갖게 돼 부모로서 항상 너무나 미안하다.

발달장애의 경우 조기치료와 특수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과거에는 서산지역에 변변한 사설치료 시설도 없어 삼성의료원으로 다녀야만했다.

그러다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가 결성되고 치료센터까지 운영하면서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은 먼저 부모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장애를 무조건 숨기는 경향이 있었고, 나 스스로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하는 염려 탓에 주변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서산지회에서 활동하면서 장애가 있는 것을 먼저 당당하게 주변에 밝히고, 이해를 구했다. 물론 장애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게 확립되지 않은 시절에는 편견의 눈총도 받아야 했지만 같은 처지의 엄마들과 함께하며 견뎌낼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개선돼 통합교육이 실시되고, 일반교사들의 연수 때 특수교육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러한 밑바탕에는 스스로 변화를 선택한 부모들의 용기와 노력이 있었고, 서산지회 회원들은 현재도 우리 아이들이 동정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존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변화시켜야 하는 만큼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발달장애 장애인들과 지역사회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