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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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허상
  • 서산시대
  • 승인 2016.12.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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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박근혜 탄핵과 최순실 국정 농단의 이슈가 한창인 요즘, 독일에 사는 필자에게 많은 지인들이 정유라의 행적을 묻거나 독일인들이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베일에 싸인 정유라의 행적이야 어느 누가 알 수 있겠냐만,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중심이 되어, 아버지 박정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복잡, 난해한 이번 촌극의 본질을 타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할지란 참으로 중요하고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가 어디에서 시작됐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사실 자국민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분쟁의 소용돌이를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인식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 주변의 독일 친구들에게 박근혜의 탄핵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국이라는 국가의 실체가 허상의 이미지로 폭로되는 순간으로 평가되고 있다.

필자 주변의 독일인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왜 대통령은 자진 사퇴를 하지 않지?”, “한국의 정치가 북한의 독재정치와 다른 게 있나?”, “한국이 이런 나라였어?”라는 회의적인 시각들에서, “촛불이라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어 다행이네”, “시민들이 분노한 상황이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않을까?”,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왔으니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의견들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인 친구들에게 비친 이번 사태의 본말에서 필자에게 건네진 문제의식은 대한민국의 허상이다. 이들이 전하는 대한민국의 허상이란, 삼성과 현대라는 글로벌 기업이 있는 소위 “OECD 가입국인 선진국”에서 경제적 발전과는 상반된 정치적 후진성을 뜻한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아무도 알지 못 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물론 문제를 밝히려는 조직과 기관에서도 이들의 이해관계가 상이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 검찰, 재벌, 국회와 청와대는 민낯을 드러내고도 여전히 거짓과 위선을 반복하고 있다. 그 절정이 국정조사에서 나타난 해프닝들이다. 국정조사를 담당하는 여당 의원들의 사기극과 증인들의 말장난 그리고 아무런 법적 실효도 강제하지 못하기에 텅 빈 증인석이 눈에 띈다.

마치 한심한 현실 세계가 표면적으로 폭로되고 있을 때, 인터넷의 지하 세계에서는 또 다른 의혹들이 증폭되는 게 요즘이다. 세월호 화물칸의 핵폐기물, 박근혜와 정윤회의 밀회, 독일에 은닉된 박정희의 비자금 그리고 정유라의 실체 등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지금이다.

박근혜 탄핵과 관련 부역자들의 심판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후진성이 문제의 원인이었다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도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점이다. 촛불집회가 지속되어도 대한민국의 허상이 폭로되고 논의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바뀔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바뀔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사회적 구조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작동되는 사회는 표면적인 현실 세계와 지하 세계가 여전히 공존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허상은 외국인들보다 자국민들에게 더욱더 지배적이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지금의 허상은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오류이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최순실, 박근혜 심판을 위한 구호보다 대한민국의 허상이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후진성이 무엇인지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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