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기에 행복합니다”

웃어른 공경하는 모습, 손주들에게 모범돼

명절이면 거실을 가득 체우는 가족들

북적북적 정감있어 “이게 바로 사람 사는 맛”

 

어머니 유이호(83)

부부 박완수(63), 강명숙(60)

큰아들 박성훈(39), 며느리 조미성(35), 손주 박건우(13), 박태우(11), 박태영(9)

둘째아들 박홍규(37), 며느리 이명화(37), 손주 박동주(9), 박근혜(7)

막내딸 박재은(34), 사위 김낙호(36), 손주 김민아(3)

 

2~3대가 함께 사는 시대에서 부부와 자녀만이 사는 핵가족시대로 변모한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이마저도 많은 가족으로 치부돼 1인 가구 시대로 가정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이는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해온 과거 또는 현재의 부모세대가 노후에는 홀로 살아가는 쓸쓸한 노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노인들의 인식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노인들의 경우 ‘자녀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거나 ‘자녀에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노인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가족들이 북적거리는 가정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돼버렸다.

 

“화는 최소화, 웃음은 극대화”

 

동문동에서 참이맛뼈다귀를 운영하고 있는 박완수, 강명숙 씨 부부는 4대가 함께하는 가정을 이루고 있다.

이 집은 손주보다 모친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챙긴다. 박완수, 강명숙 씨 내외와 아들 내외도 밖에서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우선 모친부터 맛을 보인 뒤 먹는다. 원래 예전 양반가 웃어른은 독상인데 비해 박완수, 강명숙 씨 가족은 겸상을 한다.

“독상은 어머니를 더 외롭고 처량하게 하죠. 겸상을 하면 손자와 대화도 나누고 맛있는 반찬도 골고루 드실 수 있죠. 어머니가 무병장수하는 이유 중 하나도 겸상이라고 믿습니다.”

이 집에선 부부싸움도 언감생심이다. 화를 내고 싶어도 웃어른 때문에 최대한 자제한다. 그렇게 화는 최소화 되고 웃음은 극대화 된다.

 

“어머니는 가족 소식통”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보니 어머니 유이호 씨는 흔히 말하는 ‘뒷방 늙은이’가 아닌 박완수, 강명숙 씨 가족의 든든한 뿌리로 자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가족 구성원들과 많은 대화가 이뤄지다보니 가족들의 소식이 몰려들어 유이호 할머니는 박완수, 강명숙 씨 가족의 정보통이다. 가족들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소식이나 가족 간 이슈들도 유이호 할머니는 자세히 알고 있다고.

“제가 알지 못하는 소식들도 얼마나 자세히 알고 계시는지 몰라요. 아이들이 우리에게 내비치지 않는 속마음까지 이야기 하더군요.”

 

어머니 모시려 서울에서 고향으로

 

박완수, 강명숙 씨 부부는 12년 전 인지면 화수리에서 홀로 지내던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서울에서 남편의 고향인 서산으로 내려왔다.

서울의 좋은 거주환경을 뒤로하고 서산으로 내려오겠다는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박완수, 강명숙 씨 부부의 결정에 가족 모두가 호응해줘 큰 무리 없이 고향 땅에 정착할 수 있었다.

“고향에 홀로 남은 어머니를 생각해 서산으로 이주를 결심했죠. 자녀들의 교육도 다 끝난 상태였기에 큰 무리가 없었죠. 아이들도 흔쾌히 함께 서산으로 내려오는데 동의해 줬고요.”

박완수, 강명숙 씨 부부는 어머니 유이호 씨와 함께 살면서 시동생과 시누 가족이 더해져 더 큰 규모의 가정을 이루게 됐다. 이후 자녀들의 결혼과 출산이 이어지면서 손주들까지 늘어나 가족모임이 있을 때면 집안이 항상 바글바글 하단다.

 

웃어른에게 깍듯한 자녀들

 

4대가 함께 살다보니 어른에 대한 공경이 최우선시 됐다. 박완수, 강명숙 씨는 어머니 유이호 씨를 공경하고 따랐으며 이 모습을 보고자란 자녀들이나 손주들까지 어른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행동이 극진하다.

“이제는 할머니를 챙기는 모습이 우리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진히 모시고 있죠. 할머니 건강을 생각해 병원에도 모시고 가고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챙기기도 하고. 손주들은 왕할머니라며 얼마나 따르는지.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며느리들 역시 웃어른에게 깍듯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라면 노인들은 고생이고 기피하는 대상일 텐데 음식을 만들 때면 어른부터 맛볼 수 있게 챙기고 집안에 대소사에서부터 제사까지 모두 챙기는 모습을 볼 때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고.

 

명절, 집안 대소사에 찾는 막내딸

 

“딸아이가 남편과 함께 미국에 건너가 살고 있어 조금은 아쉬운 점이 남습니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었다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자주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가끔 보는 모습이지만 먼 이국땅에서 꾸준히 찾아와주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막내딸 박재은 씨는 현재 출가해 미국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명절 때며 집안 대소사에 집을 찾는다. 사위와 손주까지 찾을 때면 거실은 입추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거실의 공간이 부족할수록 가족 간에는 더 즐겁고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명절이면 자식들의 두런거리는 얘기 소리에 쉬 잠을 못 청하는 박완수 씨와 강명숙 씨 내외는 ‘이게 바로 사람 사는 맛’이라고 말한다.

박완수, 강명숙 씨 부부는 지난 명절에 막내딸이 데려온 손주를 처음 만났다. 세살박이 어린 아이라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지라 가족들이 조금은 낯설었던지 쉽게 안기지 않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들과 친해져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기도 한다.

“‘부모의 효를 자식이 본받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요. 개인주의 사회에서 대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건 ‘복’이라고 생각해요.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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