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규 서울안과원장

70대 어르신이 걱정스런 얼굴로 들어오신다. 안과에서 진찰해 보니 녹내장이라 하는데 맞는지 다시 검사 받기 위해 오셨다. 녹내장에 대한 이런 저런 검사를 시행해 봐도 녹내장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백내장 이라고 하진 않으시던가요?”

“그런가?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구… 뭐 이렇게 이름이 비슷해?”

진료실에서 가끔 만나는 상황이다. 안과에서 *내장이라는 병명이 붙어있는 질환으로는 백내장, 녹내장, 흑내장이 있다.

백내장이란, 카메라로 치면 렌즈 역할을 하는 눈 속 수정체의 혼탁을 말한다. 주로 노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며, 수술로 어느 정도 시력의 회복이 가능한 질환이다.

녹내장은 시신경 질환이다. 안구의 둥근 형태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안구 내 압력, 즉 안압이 필요하다. 너무 안압이 낮으면 안구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쪼그라든다. 반대로 너무 안구 내 안압이 높아지면, 시신경이 빠져나가는 출구를 높아진 안압이 누르게 된다. 이로 인해 시신경이 점점 위축되는 질환이 녹내장이다. 급성인 경우 극심한 안구통, 두통, 구토, 시력저하가 생긴다. 대부분은 서서히 진행하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 시야의 손상을 먼저 보이는데, 주변 부 시야부터 서서히 좁아져 들어오므로, 말기로 진행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불행히도 시신경은 한 번 손상을 받으면 다시 회복이 불가능 하다. 치료를 일찍 시작해야 실명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질환보다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40대 이상이 되면 안과에 1년에 한 번씩은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 고혈압, 심한 근시, 가족 중에 녹내장이 있는 경우는 안과 진료가 꼭 필요하다. 고혈압 약을 평생 복용하듯이 안압 약을 평생 사용해야 한다. 안약을 최대한 사용했는데도 진행하거나, 약물에 대한 부작용으로 더 이상 약을 사용할 수 없을 때 수술을 고려한다.

흑내장이란 머리 속 문제가 시력에 영향을 주게 되는 상태다. 증상은 눈에 생기지만 원인은 눈이 아니다. 시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에 혈액이 공급이 안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처음에는 티비 화면이 지찍 거리는 듯하다가, 티비 전원이 나간 듯 점점 모든 화면이 검게 변한다. 처음 몇 번은 일과성으로 지나가므로 괜찮겠지 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절대 안될 일이다. 즉시 신경과 검사를 받아 원인 질환을 찾아서 치료을 시작해야 한다. 뇌에서 보내는 큰 질환에 대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백내장과 혼동을 하는 또 다른 질환으로 군날개(익상편)가 있겠다. 과거 흔히 백태라는 이름으로 불려 생긴 오해인 듯하다. 군날개란 흰자의 표면을 덮는 결막이 변성되어 검은자 표면으로 자라 들어가는 상태다. 내측(코측) 검은자가 희게 보이고, 내측 흰자에 충혈이 빈번하게 생긴다. 이로 인해 외관상 보기 좋지 않아서 안과를 방문한다. 치료는 수술해서 절제해야 한다. 수술은 어렵지 않으나 재발이 흔하다. 재발은 수술 후 6개월 이내에 생기고, 재수술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첫 수술의 시기를 신중하게 잡아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재발의 빈도가 많으므로 작은 경우에는 지켜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하겠다. 이렇게 백내장, 녹내장, 흑내장, 백태(군날개) 등 이름은 비슷해도 서로 원인과 치료가 다른 질환이 많으므로, 주변에서 떠도는 이야기에 잘 못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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