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대산항 카페리 취항 힘들 듯
대산항 발전 새로운 로드맵 필요...항만과 도시의 새로운 융합모델 설계해야

내년 4월 한중간 국제여객선 대산항 취항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서산시는 내년 4월 국제여객선 취항을 위해 고군분투해왔지만 중국 측과 한국 측 카페리 선박의 자본비율이 변하는 등 주변환경의 변화로 합작법인 설립, 선박구입 등 제반절차 이행에는 다소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시에서는 추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취항시기를 내년 6~7월경으로 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그동안의 기획시리즈 최종편으로 대산항 카페리 취항의 ‘꿈’과 ‘현실’에 대해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인천·평택·대산·군산항 등 서해안 우후죽순

경쟁력있는 항만...막대한 투자와 기간 필요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저렴한 패키지 관광상품을 통해 카페리를 타고 평택항을 통해 입국한 A 모씨(중국인, 50대, 여)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평택항에서 서울의 호텔까지 2시간을 넘게 달려왔지만 서울 진입부터 교통혼잡으로 여장을 풀기까지 1시간을 더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다.

그렇다고 평택항은 주변에는 공장들만 가득하고 한국 화장품을 살 만한 변변한 쇼핑몰도 없다. A 씨는 “한국에 넘어와 4일을 보내는 코스의 10일 여행을 3000위안(약 54만원) 좀 안 되게 주고 왔다”며 “30명 단체관광인데 싼 게 비지떡인 모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지방 항만의 국제여객터미널은 초저가 중국 패키지 여행객의 주요 입출국 통로가 된 지 오래다. 중국 여행사들이 판매 중인 평택항으로 입출항하는 한국 관광 패키지 상품은 초저가에 나온다. 5일 1000위안(약 18만원), 8일 1800위안(약 31만원), 9일 2000위안(약 35만원) 등 왕복 선박 요금을 밑도는 가격이다. “싼 게 비지떡”이 남 말이 아니다.

더구나 평택항의 경우 국제여객터미널임에도 관광객의 개별자유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택항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노선은 단 한 개. 이마저도 하루 9편에 불과하다. 배 입항이 늦어지거나 통관이 지연되면 탈 수도 없다. 평택 산업단지 곳곳과 송탄터미널까지 둘러 올라가는 터라 2시간20분 이상 걸린다. 대산항의 경우 아예 서울행 버스도 없고 가장 가까운 서산 시내까지 가는 데도 버스로 1시간30분 가까이 걸린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은 한결같이 “중국과 가깝다”며 “중국 관광객 유치”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현실은 냉혹하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가 관광과 쇼핑인프라를 대신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A 씨가 “다시는 평택항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머릿속에 꽂힌다.

 

초기 손실보전비용 매년 20억 ‘과다’

취항 축하금 5억 원까지

 

한중카페리 운항과 관련 중국측 입김이 세다. 이러다 보니 국제여객선 취항을 공약으로 지자체간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측 지자체들 입장에선 무리한 운항 초기 손실보전금을 제시한다.

충남도의회 맹정호 의원이 우려하는 대목도 이 부분이다. 맹 의원에 따르면 “2013년 여객선사와 체결한 ‘대산~용안 간 국제여객선 취항을 위한 업무협약’에 따라 주3항차 운항할 경우 1년에 약 20억원 정도 주어야 한다. 이도 1년만 주고 마는 게 아니다. 취항 축하금도 5억원이 필요하다”며, “장밋빛 꽃길에 비단을 까는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붙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광객 유치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자체들의 장밋빛 전망에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연구용역에 나선 대부분의 교수나 전문가들은 대산항 발전에 대해 그 방안을 제시한다. 대다수 조언이라는 것이 “카페리 통해 입항하는 요우커 맞이 전략을 짜야합니다. 부족한 대산항 환경개선을 시급히 추진해 접근성을 개선하고 볼거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중국 요우커 유치를 위해 지역고유의 특색을 살린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와 결합해 새로운 관광상품을 만들고 교통편의를 높이고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품 구매 수요를 충족하는 면세점 운영 등 체계적인 관광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답게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은 책상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평택항 관계자는 “이용객 대부분이 보따리상 아닌가요. 뭐 볼 거 없잖아요”라며 한마디로 일축한다.

 

한중카페리 선사 지분 중국 50·한국10

대룡해운 인도네시아에 40% 매각 ‘균형 깨져’

 

한중 정부는 한중해운회담에서 한중카페리 선사의 지분은 한국과 중국이 5대5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합의했지만, 많은 항로에서 최근 중국 측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지분 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카페리 선사가 앞으로 증자를 하거나 새 선박을 출항시킬 때에는 당초 원칙대로 한국과 중국의 지분이 균등하게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산항의 경우도 한국측 업체인 대룡행운이 지분 40%를 인도네시아에 매각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중 카페리 선사의 지분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선박 안전성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페리 이용객은 대부분 중국 보따리상

운항 초기 손실보전금 지원도 명분 ‘흔들’

 

평택항 등 지방 항만이 붐비는 것은 보따리상이 몰려든 탓이다. 평택항에서 활동하는 보따리상은 1500명가량. 입출항하는 배가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토일 주말이 아닌 월요일에 몰리는 것도 보따리상을 고려한 스케줄이다.

하지만 보따리상은 엄연히 관세법 위반 단속 대상이다. 한·중 양국 정부는 보따리상이 휴대 가능한 상자 수와 무게 등을 점차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통관을 엄격히 하면서 보따리 화물 자체가 지금은 소량컨테이너화물(LCL)로 점차 대체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보따리상의 기본수요에 의존해 지어지는 국제여객터미널은 항로 확보 자체가 우려되는 형편이다.

한편 최근 한중간의 50대 50이던 한ㆍ중 선사 지분의 변화는 이용객 대부분이 보따리상의 구성비율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소무역연합회 최태용 이사장은 “선사지분이 중국 측에 쏠리면서 중국 세관에서 자국민의 공산품 반입은 눈감아주며 사실상 허용하는 반면 한국인은 농산품외 다른 물품 반입을 금지하며 엄격히 규제하는 등 한국 보따리상에 대해 차별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따리상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인 보따리상은 한국에는 농산품을 가져와 팔고, 중국으로 돌아갈 때는 전자제품 등 값비싼 한국산 공산품을 구입해 되파는 방법으로 1항차당 20만~30만원을 벌고 있다.

반면 한국인 보따리상은 말린 고추, 깨 등 이익이 적은 농산품만 취급하다 보니 배삯(12만~15만원)을 제외하면 1항차당 3만원도 채 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평택항의 경우 이제 중국보따리상 비율이 80%에 육박한다.

“대산항의 경우 승객 대다수가 중국보따리상일 것”이라는 최태용 이사장의 우려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운항 초기 손실보전금 지원도 명분이 흔들린다. 중국측 선사에 중국 보따리상이 대부분인 승객에 시민의 세금인 혈세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결언-대산항 카페리 취항 ‘꿈’과 ‘현실’

대산항 미래성장은 배후부지 활용이 핵심

 

사실 평택항과 대산항 두 항만은 애당초 여객항이 아닌 산업항으로 특화된 항만이다. 평택항은 국내 최대 자동차 항만이다. 바로 배후에 포승국가산업단지(포승산단)를 비롯해 현대차 아산공장, 기아차 화성공장, 쌍용차 평택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처리량 635만대 중 24%에 달하는 151만대를 처리했다. 국제여객터미널 주위로 컨테이너 트럭과 자동차 운반차량들이 빈번히 통행해 여객이 드나들기에는 부적합하다. 대산항 역시 석유화학항으로 계획된 곳이다.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등 안전 문제로 인적이 드문 외곽에 있어서 국제여객터미널과는 거리가 있다.

항만발전을 위한 정책은 성장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우선 관광이냐 산업이냐 잘 선택해야 한다. 전세계를 보면 로테르담항과 엔트워프항이 유일하게 성장하는 항만인데 이는 산업지원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수익을 기대한 온갖 투자들이 ‘헛스잉’이 되고 만 평택시의 경우가 타산지석이 된다. 대산항의 경우도 조심스럽지만,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관광이냐 산업이냐 선택과 집중이 성장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평택시 관계자의 “지역 일자리 창출 등 훼리호 취항에 따른 낙수효과가 없다. 애초 관광산업이 아닌 특화산업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지역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이라는 고백을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대산항 발전 새로운 로드맵 필요

항만과 도시의 새로운 융합모델 설계해야

 

항만은 물류의 큰 축에서 움직인다. 이제 물류는 도로나 철도를 따라 단순히 물건을 배달해주면 끝이 아닌 물류의 흐름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의 발전을 중심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이제 항만도 도시와 항만, 도시와 물류가 공존하는 융합의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서산시의 경우 항만발전을 위해서는 당장 10년 후를 짚어보고 30년을 내다봐야 한다. 새로운 항만도시개발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항만과 배후지역 발전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특히 배후산업정책은 기업유치 전략으로 귀결된다. 기업유치가 핵심적 항만 발전 전략이다.

궁극적으로는 대산항이 환황해권 인적·물류 거점항만이 되기 위해서는 도로 및 철도, 항공 등 SOC 인프라와 함께 유통, 산업이 어우러진 복합 다기능 항만도시가 되어야 한다.

대산항의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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