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홍(자유기고가)

협의의 문화는 상식이나 교양을 뜻한다고 앞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교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절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예절은 왜 탄생했을까?

인류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도덕적 인격체라서..... 소가 웃을 일이다.

이는 전혀 답이 될 수 없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칼라하리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칼라하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쪽의 보츠나와와 나미비아에 걸쳐 있는 사막지대이다. 일반적으로 북극과 남극. 고산지대, 사막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외부와 격리되어 생존해 나가기란 난파한 선원이 홀로 무인도에 상륙해서 생존하는 모습과 비견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엔 전혀 다른 모습들이 내재해 있다. 하나는 비록 사막이지만 소수의 인원이 사회구성체를 형성해 살아가고 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홀로 살아가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예절이 필요치 않는 것이다. 옆에 보는 사람도 없는데 의관정제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절이 탄생한 것은 기본적으로 인류가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구성체라는 하나의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인류가 경험적으로 얻은 지식의 산물인 것이다.

칼라하리 사막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땅은 사람이 생존해 나가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 점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게 해당된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에코시스템(ecosystem/생태계)이 허약함을 의미한다. 당연히 생물다양성은 아주 협소하고 그러므로 생물체간에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날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족민 한사람이 운이 좋아서 들소 한 마리를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사냥한 들소는 너무 커서 그의 가족이 며칠 동안 배불리 먹고도 남는다. 남는 고기를 그냥 버릴 수도 없고, 냉장고가 있어 장기 보관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는 부패하기 전에 남은 고기를 이웃에게 나누어 준다. 그러면 나중에 답례로 고기나 다른 물품으로 되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칼라하리 사막의 냉장고인 것이다. 냉장고라는 물품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냉장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나누어 준 고기를 받으면서 마구 욕을 해댄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고맙다고 해야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들은 고기를 받으면서 욕을 한다. 그리고 나누어 준 고기를 맛있고 게걸스럽게 먹는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칼라하리 사막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다. 어떤 생명도 생존하기에 혹독한 조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한 곳에서 들소 한 마리가 가지는 영향력은 경우에 따라 부족 전체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오늘 한 끼의 풍성한 식사가 몇날 며칠의 굶주림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나누어준 고기를 받으며 욕을 하는 것이다. 그들의 허약한 생태계가 아주 파괴되는 것을 막고자 함인 것이다.

그곳은 가혹한 조건일지언정 그들에게 있어 삶의 터전이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예절은 이런 식으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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