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홍(자유기고가)

지난 2회에 걸쳐서 문화를 정의해 보았다. 앞으로 4~5회는 문화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돕고자 여러 문화현상의 이면에 있는 본질을 독자들과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오늘은 회교도의 돼지고기 금식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한다.

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돼지고기에 대한 음식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럴까? 아니면 돼지고기에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해서 그럴까? 불결해서 그럴까? 어찌되었든 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중동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한 두 사람도 아니고 그들 모두에게 돼지고기에 대하여 음식 알레르기가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회교도 모두가 미각이 잘못되었을 리도 만무하다. 돼지우리를 보면 불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돼지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불결하지도 않다. 40~50대 이상의 중장년 독자들은 어려서 봐와서 알겠지만 돼지우리에 볏짚을 새로 깔아주면 돼지는 반드시 그곳에서 잠을 청한다. 그 때에는 온몸 어디에도 돼지 분변이 묻어 있지 않다. 돼지가 더러운 것은 사육 공간이 좁아서 그런 것이다. 야생 멧돼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야생멧돼지가 진흙 목욕을 하는 것은 멧돼지 피부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지 멧돼지 자체가 지저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으로 치면 목욕과 똑같은 것이다.

어찌됐든 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하여 먼저 돼지라는 가축을 먼저 파악해 보자.

기본적으로 돼지는 습도가 높은 곳을 좋아한다. 극한 추위와 더위가 아니라면 아열대 기후와 온대기후 모두 돼지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회교도가 주로 살고 있는 중동이라는 지역은 어떠한가? 회교도가 주로 살고 있는 중동은 아라비아 사막과 사하라 사막을 포함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가축으로서 돼지가 살기에는 최악의 조건인 것이다. 물론 인공적으로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축사를 짓고 충분한 먹이를 공급해 준다면 중동에서도 돼지사육은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기에는 엄청난 비용을 수반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돼지고기 값이 엄청날 것이다.

또한 지금도 그러하지만 과거의 중동은 주로 유목민들이 살았던 곳이다. 유목민의 생활양식은 기본적으로 가축을 사육하며 이곳저곳을 떠돌며 생활하는데 짧은 다리를 소유한 돼지가 이에 적합할까? 모래언덕 위에 있는 짧은 다리의 돼지 모습을 상상해 보라. 웃음이 먼저 나올 것이다. 중동의 유목민이 사육할 수 있는 가축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지구상 어디에도 돼지를 가축으로 사육하는 유목민은 없다.

돼지는 애당초 중동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회교도의 삶의 양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축이요 짐승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회교에서 돼지를 터부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이러한 결과로 돼지고기 금기라는 문화현상이 나온 것이다.

현상의 이면에는 반드시 본질이 있다.

시국이 참으로 어수선하다. 촛불이라는 문화현상의 의미는 무엇이고, 촛불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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