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계의 진정한 멀티플레이어

한국미술협회 류희만(50) 이사는 멀티플레이어란 호칭이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미술협회 서산지부장과 충남지회장을 역임했을 만큼 미술계에서는 알아주는 인물인 그는 간혹 연극 무대에도 선다. 사연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취미생활이려니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연기실력은 예전에 취미 수준을 뛰어 넘었다.

“대학시절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했었죠. 사회에 나와서는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마음속에 연극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는지 다시 인연을 맺게 됐네요.”

20여 년 전 극단 ‘스산’에서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한 그는 앞날이 유망한 화가로 활동하면서 30대 중반까지 연극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몇 년간 이어진 연극과의 두 번째 인연도 아쉽게 끝나고 만다. 척박한 서산 연극계에서 극단 ‘스산’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이후 한동안 연극은 류 이사의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지난 2005년 국전에서의 특선 등 활발한 작품 활동과 대학 강단이 그를 바쁘게 붙잡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의 핏속에는 연극에 대한 열정이 녹아있었나 보다. 지난 2008년 4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도 고향 극단 ‘둥지’의 무대였다.

어렵게 다시 부여잡은 연극과의 인연이기에 류 이사의 열정은 예전보다 훨씬 뜨거워졌다고 한다. 연극을 무대에 올릴 때면 2~3개월 동안 낮에는 작품 활동을 하고, 저녁이면 단원들과 함께 연습에 매진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류 이사는 무대보다 더 큰 꿈을 가지게 된다.

극단 창단, 너무나 척박한 지역연극계의 현실 앞에 많은 사람들이 류 이사의 도전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결국 2010년 과감하게 저지르고 만다.

“처음 극단 ‘당진’을 창단했을 때 만해도 반응이 ‘얼마나 가는지 보자’였습니다. 악착같이 단원들과 연습하고 버텼습니다. 한 4~5회 좋은 작품이 올라가자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극단 ‘당진’은 창단이후 열악한 지역연극계의 한줄기 빛이 되어왔고, 올해 한국연극협회 정식지부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경사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2015 충남연극제에서 류 이사가 쓴 희곡 ‘얼굴을 찾아서’가 희곡상을 타 배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도전한 희곡작가로서도 인정받으며 명실상부한 문화계의 멀티플레이어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류 이사는 오랜 세월 미술과 연극을 해오면서 차츰 공통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평면적인 회화와 입체적 무대예술인 연극사이에서 혼란스러웠지만 미술에서 연극을 연극에서 미술을 느낄 수 있게 됐다.

화가에서 연극배우로 그리고 희곡작가로, 그가 인생이란 캔버스에서 펼치는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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