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규 서울안과원장

신원규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안과전문의

대전지구병원안과과장

백내장굴절수술학회 회원

서울안과원장

 

어제 수술 하신 어르신이 밝은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서며 한마디 하신다.

“원장님, 너무 밝아 좋긴 한데 한숨도 못잤어요.”

“왜? 많이 아프셨어요?”

“아니 그게 아니고 주방 그릇에 낀 때가 너무 지저분해서 밤새 닦았어요.”

수술 다음날 종종 듣게 되는 대화 내용이다. “내 얼굴에 주름이 너무 많아요. 얼굴 점이 너무 보기 싫어요. 방안에 먼지, 머리카락이 너무 많아 청소를 자주 하게 되요” 등등 듣기 좋은 투덜거림이 있기도 하지만, 요즈음 백내장 수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만큼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수술한 의사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난감하다.

그 대표적인 증상은 뭔가 눈 표면에 걸리는 듯한 이물감 이다. 어떤 분은 수술이 잘못되어 인공수정체가 걸리는 것이니 다시 수술해 잘 넣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과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수술은 몸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검은자를 절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예민함을 느끼게 하는 신경의 줄기가 손상된다. 또한 불가피하게 유리의 표면처럼 매끈한 검은자에 울퉁불퉁한 흉터를 만들게 된다. 이런 신경 손상으로 눈물의 분비량이 감소하고, 흉터의 표면이 고르지 않아 눈물의 분포도 일정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에 더해 수술 후 일정기간 동안 염증의 예방과 회복을 위해 이런 저런 안약을 사용하게 된다. 안약 자체도 어느 정도 안구 표면에 독성을 가지고 있고, 안약에 포함되어있는 보존제 또한 안구 표면을 건조하게 만든다. 이런 여러 가지 가 원인이 되어 이물감이 생긴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전되지만 원래 건성안이 있었거나 분비 기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해도 인공 눈물 등을 사용하면서 기다리면 아주 불편한 시기는 지나가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기다려 보는 것이 좋겠다.

또 다른 수술 후 생기는 불편함은 날파리증이다. 앞을 가리던 안개는 없어졌으나 날파리 모양의 먼지가 보인다는 호소가 많다. 비문증 이라고도 하는데, 대부분은 수술 전에도 있던 것이 백내장 수술 후 보이게 되는 경우이다. 유리체라 해서 눈 속 대부분의 빈 공간을 채우는 젤리 같은 액체가 있다. 이 액체에 떠있는 부유물이 수술 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겨울철 창문을 열면 방안에 떠있던 먼지가 보이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수술 전에 없던 물체가 수술 후 갑자기 생겨, 수술이 혹 잘못되지 않았는지 걱정하는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수개월 내에 불편함이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으로 듣는 불평은 수술 직후 밝았던 시력이 점점 안 좋아져 간다는 것이다. 안경을 새로 쓴 듯, 혼탁이 있던 수정체가 새로운 인공수정체로 바뀜으로서 산뜻한 느낌이 수술 직후에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건성안 등과 상처의 회복과정에서 시력의 변화를 수술 후 수주간 겪게 되고 실제로 시력을 재보면 수술 직후와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시 수개월이나 수년 후에 시력이 저하되었다면 수술하느라 헛고생했다며 포기하고 방치하지 말고, 안과의사를 만나서 시력저하의 다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후발백내장은 남아있는 수정체 주머니가 다시 혼탁해지는 경우로, 레이저 시술로 간단히 치료될 수 있다.

수술 전 덥수룩한 수염에 고추 가루를 달고 다니시던 어른신의 얼굴에서 수술 후 말끔해진 면도 자국을 보게 되면 덩달아 기분이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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