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사랑하는 초등학생들이 모인 서산FC축구단

창단 1년 만에 쟁쟁한 팀들과 어깨 겨룰 만큼 급성장

즐기는 축구로 인생에 도움 주는 교훈 배워

펠레, 마라도나, 지단, 호날두, 메시 등 세계 축구계를 쥐락펴락했던 대 스타들에게도 걸음마 시절이 있었다. 공 하나와 공터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인 까닭에 동서양 상관없이 수많은 어린이들이 축구에 매달렸고, 흙먼지 풀풀 날리는 운동장에서 꿈을 키웠다.

갑자기 온도가 뚝 떨어진 지난 10일 부춘초등학교 운동장이 떠들썩해졌다.

수업이 끝난 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우렁찬 목소리로 한방에 날려버린 친구들은 서산FC축구단 초등학생들로 월, 수, 금이면 어김없이 축구화를 신고 운동장에 나타나는 축구 추종자들이다. 지역 내 7개 초등학교에서 모인 연합팀인 까닭에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축구라는 공통관심사는 이들을 금방 하나로 묶어버렸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축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창단이후 현재는 3~6학년까지 30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미래의 슈퍼스타를 꿈꾸고 있다. 짧은 역사지만 2016 전국초등축구리그 충남서부지역에서 7개 팀 중 3위를 차지하는 눈부신 활약을 했다.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는 성적이지만 서산FC축구단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엘리트 축구팀이 아닌 까닭에 일주일에 세 번, 그것도 방과 후에 모이는 것이 전부다. 훈련 도중에 학원에 가야되는 친구들은 아쉽지만 짐을 싸 학원에 간다.

한마디로 아직은 취미로 축구를 하는 수준이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 하고 있는 훈련도 스파르타식 훈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그렇다고 허투루 보내는 시간은 단 1분도 없다.

즐기면서 하는 훈련일지라도 탄탄한 기본기를 배우기 위해 흘리는 땀의 양은 그 누구보다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뜨거운 까닭에 창단한지 1년도 안된 신출내기 팀이 5년 이상 된 엘리트 팀들과 당당하게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겨뤘고, 승리할 수 있었다.

▲ 서림초 최시온 선수

서산FC축구단은 선수를 꿈꾸는 사람에게도, 그냥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있다. ‘공부 잘하는 왕따는 있어도 운동 잘하는 왕따는 없다고 했던가!’

지금 운동장을 누비는 어린선수들 중에서 미래의 호날두와 메시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조기 축구 스트라이커면 어떤가! 이 친구들에게는 축구가 조건 없는 희망이자 꿈이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축구 통해 스트레스도 날리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좋아요!”

김남하(38) 코치

축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서산FC축구단의 일원이 될 수 있는데 아이들이 즐기면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다. 엘리트 선수 육성만을 위한 팀이 아닌 까닭에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체력훈련 보다는 드리블, 리프팅, 트래핑, 패스, 킥 등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히는 것에 주력한다. 함께 훈련하다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눈에 보여 나 스스로도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

시골지역은 선수층이 얇아 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더욱 힘든데 서산FC축구단도 더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선수층만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남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도 기르고, 인내심도 키우는 등 인생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축구를 통해 아이들의 생활이 윤택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해빈(31) 코치

선수시절 포지션이 골키퍼였고, 지금도 팀에서 골키퍼 코치를 맡고 있다. 사실 골키퍼 전담 코치가 있는 곳이 별로 없는데 서산FC축구단은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창단한지 1년밖에 안됐지만 쟁쟁한 선배 팀들과의 시합에서도 기가 죽지 않을 만큼 사기도 높은 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지역에는 한두 명이라도 여자선수들이 있는데 우리 팀에는 아직 없다. 여성축구선수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서산지역에서도 재능 있는 여학생들이 축구에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간혹 재능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걸 보면 많이 안타깝다. 아이들이 학원 다니랴, 축구도 하랴 바삐 움직이는 걸보면 안쓰럽기도 한데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운동하는데 좀 더 시간을 할애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민재(13‧예천초) 주장

1학년 때부터 방과후 학교에서 축구를 해서 시합에도 여러 번 나갔다.

축구를 하면서 땀을 흘리면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수비형 미드필드라서 골을 많이 넣지는 못하지만 다른 팀들과 경기를 하는 것이 너무나 재밌고 이기면 기분이 더 좋다.

시합에 나가보면 우리보다 잘하는 팀들이 많은데 열심히 훈련해 한번 멋지게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 친구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도 재미있고, 전지훈련은 더 좋다.

앞으로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재미있게 축구도 하고 싶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