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인생이모작. 기자라는 직업으로 살다가 어느 정도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나이면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했다.

조그만 텃밭을 일구고 흙을 매만지며 거칠어진 손이 이제는 그럴싸해 보였는지 주위의 지인들이 “농사꾼 다 됐어”하는 농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농업고등학교 교사가 400여명 학생들을 모아놓고 졸업 후 농사를 지을 사람을 찾으니 한 명도 없었다고 하는 기사처럼 농사는 힘들고 먹고 살기 힘들다.

과학의 발전이 농업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고 첨단 유리온실에 ICT기술이 도입되고 기계화가 많이 진척되었다지만 농사란 본시 나이 먹은 노인이 하기 적합한 일은 아니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농업정책의 핵심을 삼농(三農)이라고 말했다. 요즘 말로 하면 삼농은 기계화, 자동화 등을 통해 편하게 농사를 짓는 편농(便農), 농사를 지어 수익을 내고 돈을 벌어 살림살이가 여유로워지는 후농(厚農), 농업인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지위가 인정되는 상농(上農)을 말한다.

손바닥만한 텃밭을 일구면서 무슨 삼농까지 論하나 하겠지만 인생이모작의 또 다른 삶을 설계하려는 데 그만한 고심은 해보는 것이 예의지 않나 싶다.

하지만 편농(便農)이 후농(厚農)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상농(上農)이 되는 것이 농업인 개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할까?

귀농도 아닌 귀촌 차원의 소일꺼리 농사가 아니라면 삼농(三農)은 대부분은 농업인들의 조직적인 활동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통합 농산물 마켓팅도 로컬푸드 정책도 조직화를 통해 생산이나 유통을 단일화하여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여하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놓인다.

농업인들의 조직적인 활동이야 말로 소위 편농을 후농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타 농촌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서산시의 경우도 고령농, 부녀농을 포함 소농의 비율이 78.8%나 된다. 이제는 벼농사나 밭농사를 막론하고 몇 농가가 한 들판의 농사를 같이 짓는 “들녁별 경영체” 운영 방식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이다. 경제논리만 주창하며 평생을 흙과 함께 살아 온 농업인들을 배제시키는 기업농과는 그 질이 다르다.

하지만 농업인들을 조직화 하는 것은 단순히 정책적 의지나 정부의 지원시책만 가지고 이루기 어렵다. 조직화의 핵심 요소는 참여 농업인 스스로의 자각이다.

농업 문제를 농업인 스스로 해결하려는 조직적인 활동이 지속되고 지자체는 이를 지원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의 이익이 실현되어야 농업인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지위도 향상될 것이다.

상농(上農)으로 가는 길. 그 길 중간에 서서 인생이모작을 설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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