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주민 화합에 보탬 줄 수 있어 보람
통일 후 더 큰 역할 할 수 있게 준비 중

북한이탈주민이란 꼬리표를 떼고 그동안 자신들이 받은 온정을 지역사회에 되돌려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산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로 구성된 행복봉사단(단장 윤순희) 단원들.

지난 2011년 12월 결성해 활동하기 시작한 행복봉사단은 옥수수 국수, 인조 고기밥, 아바이순대, 입쌀꼬장떡 등 생소한 북한음식나누기 봉사를 시작으로 얼마 전부터는 노인요양원을 찾아 그동안 틈틈이 익힌 실력으로 공연봉사에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눈길을 끈다.

처음에는 9명으로 출발해 현재는 26명까지 늘어났고, 바쁜 일상에서도 10여명 정도가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서산석림사회복지관의 행복을 나르는 일일찻집에서도 이들의 진가가 빛을 발휘했는데 회원 거의가 직장생활을 하는 탓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처지임에도 불구, 퇴근 후 모여 새벽 3시까지 북한음식을 만드는 열정을 보여줬다.

물론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만나 북한 사투리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버티게 하는 건 행복봉사단 단원들이 자신들의 이런 행동에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작은 행동이 남북 간 주민들을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정치적인 큰 통일에 앞서 사람들을 소통시키고, 이어주는 작은 통일의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이런 과정은 이탈주민의 결속과 빠른 정착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행복봉사단은 더 많은 영역에서의 활동을 꿈꾸고 있다. 언젠가는 분명 찾아올 통일의 그날이 오면 남과 북을 모두 경험한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사명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봉사단원들은 통일의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인터뷰 행복봉사단 윤순희, 강순금, 허순월, 요은주 씨

“힘든 일상이지만 자원봉사 통해 활력과 보람 찾아”

윤순희(55) 씨

한국에서의 생활이 8년째인데 지금은 행복봉사단 단장을 맡아 단원들과 열심히 자원봉사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15살 때 아코디언을 잠깐 배우다가 사정이 어려워서 그만뒀는데 남한에 내려와 수십 년 만에 다시 배웠다. 이렇게 익힌 재주를 가지고 남을 돕는 봉사에 쓴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르겠다. 북쪽에서도 남을 돕는 일은 있지만 이곳처럼 자원봉사라는 단어는 없고, 활발하지도 못하다. 단원 대부분이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바쁜 생활 속에서도 시간을 내 봉사에 적극 참여해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강순금(58) 씨

그동안은 몸이 불편해 많은 활동을 못했는데 4년 전부터는 건강이 좋아져 사회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데 북한은 아직도 부모 공경의 전통이 강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어려운 처지의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돌보면서 내 삶에 대한 자부도 느끼고, 희망을 갖기도 한다. 고향이 여기서 흔히 말하는 아오지 탄광이 있는 곳인데 한참 전에 613탄광으로 바뀌어 지금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곳이 됐다.

북에서 노래를 불렀던 경험이 있는 덕에 봉사단에서 노래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허순월 씨(60)

내려온 지 14년 됐는데 봉사단에서도 고참이다. 시동생이 먼저 서산에 정착을 해 자연스럽게 이곳에 뿌리를 내렸고, 온 가족이 함께 내려온 덕에 큰 어려움 없이 남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었다. 요즘은 남한도 경기가 예전보다 못해 정착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일단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이 제일 급한 일인데 오랫동안 북쪽에서 생활하면서 몸에 밴 안일한 태도부터 버리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곳은 열심히 일하면 그만한 대가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래도 일단 열심히 하면 길이 있으니 희망을 갖고 도전하길 바란다.

 

요은주(33) 씨

2007년도에 내려왔는데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 됐다. 서산사람인 신랑과 결혼도 하고 지금은 어린 딸 3명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지만 자유가 있어 행복하다.

맨 처음 대구에서 일할 때는 중국 사람으로 오해도 많이 받고, 이탈주민이라고 차별도 당했는데 앞으로는 차츰 개선되리라 생각한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한 점이 있는데 북쪽이나 여기나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돼 좋은 일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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