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 숨겨진 고통 조금이나마 치유 ‘감사’

▲ ‘진짜 사나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6.25와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모습.

서산석림사회복지관(관장 이욱)이 전쟁터를 누볐던 참전용사들의 심리적 안녕감 증진과 삶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진짜 사나이’ 프로그램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6.25전쟁(8명)과 월남전(7명)의 참상을 직접 전투현장에서 체험한 15명의 참전용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동안 미술심리상담(15회), 플라워‧웃음테라피(10회), 문화체험(3회) 프로그램 등이 진행돼 회를 거듭할수록 참전용사들의 반응이 좋아졌다.

참전용사들은 조국을 위해 생명을 초개같이 여기고 전쟁터를 누볐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왔으나 이면에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말 못할 고민을 오랜 세월 안고 있었다.

실제로 프로그램 참가자 중에는 월남전에서 왼손 검지를 절단당한 사례도 있고, 총상을 당한 6.25참전용사는 거동이 불편해 프로그램에 참여도 못하는 등 안타까운 처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참전용사들은 ‘진짜 사나이’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삶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효과를 몸소 느끼고 있다.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최미숙 사회복지사는 “그동안 참전용사들의 실제적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시도가 지역에서는 전무한 상태였는데 이번 ‘진짜 사나이’ 프로그램을 통해 첫 출발을 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면서 “내년에도 프로그램에 꼭 선정돼 더 많은 참전용사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월남전참전자회 서산시지회 김대웅 사무장

“오랜 세월 가슴속에 담고 있던 고통 덜어내는 기회가 되길 바라”

두 전쟁 모두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다?

6.25 선배님들은 85세가 넘었고, 월남전도 70세 전후가 됐으니 긴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참전용사들의 깊은 마음속에 아직도 전쟁의 상흔이 뚜렷하게 남아있는 걸 보고 서로가 깜작 놀랐다. 미술치료에서 6월하면 떠오르는 걸 그리라고 했는데 선배님들은 탱크나 수류탄 같은 걸 그렸고, 월남전 참전자들은 바나나나 밀림을 그린 경우가 많았다.

아직도 전투에서 받은 충격이 남아 있다는 증거라고 했는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다는 자긍심도 있는 반면, 사람을 죽인 죄책감과 공포가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짜 사나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일단 프로그램에 참가한 참전용사들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랜 세월 가슴속에 담고 있던 원인 모를 불안감에 대한 정체를 알고, 일정부분이라도 치유한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 했듯 6.25선배님들은 80이 훌쩍 넘은 고령이다. 생색내기 일회성 행사보다는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 참전용사들에게 여생이나마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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