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지원 조수연 판사, 딱딱한 법 만화로 알기 쉽게 설명
법원과 법조인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큰 역할

‘만화가를 꿈꾸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런데 공부를 잘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은 더 큰 기대를 가지게 됐고, 지금은 법복을 입고 정의사회 구현을 실현하는 판사가 됐다.’

대전지방법원.대전가정법원 서산지원 민‧형사합의부 조수연(39) 판사의 인생스토리를 압축한 문장이다.

비록 만화가의 꿈은 접었지만 조 판사는 지금 만화를 그리고 있다. 5년 전 서산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초중고 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생겼고, 이것이 다시 만화와의 인연이 됐다고 한다.

“학생들이 법원에 견학도 오고, 학교를 찾아가 법에 대한 강의도 하게 됐는데 이 시간이 너무나 좋은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고, 법에 대해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다 만화로 그려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아이들과의 처음 만남은 사실 어색했다. 법원이란 곳이 살가운 곳도 아니고, 왠지 법과 법조인하면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란 편견이 아이들의 머릿속에도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어색함은 “이 만화 제가 그렸어요!”하며 내미는 만화 한 장에 여지없이 깨트려졌고, 아이들의 반응도 너무나 좋았다고 한다.

만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제목부터가 ‘법원에 오지 않는 방법!’이고, 내용도 △계약서와 영수증을 꼭 쓴다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다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지 않는다 △세상에 00은 없다 등 다소 살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조 판사의 익살스러운 만화 덕에 아이들의 관심은 항상 급상승한다.

세상만사를 법으로 판단해야하는 바쁜 일상에도 불구, 조 판사가 다시 펜을 잡게 된 데는 법정에서 느낀 안타까움이 큰 역할을 했다.

아직도 사람들이 법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이로 인해 어이없는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서부터 법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피해를 예방해보자는 의도가 바탕이 됐는데 세 아이의 엄마인 까닭에 이런 생각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저질러진 사건에 대해 판단해야하는 것이 판사의 일이지만 조 판사는 만화를 통해 학생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자 노력한다.

이런 과정에서 법원과 법조인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덤으로 얻은 효과다.

“올해가 서산에서의 마지막 근무인데 만화로 아이들과 만난 것을 비롯해 참 좋은 추억을 많이 얻었어요. 다른 곳에 가서도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계속 만나 법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만화 그리는 판사의 법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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