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수입 중단, 100만톤 이상 격리해야 쌀값 안정
농민, 눈뜨고 빼앗기는 현실 깨달아야

황금들판은 눈이 부시도록 넉넉한데 나락을 거둬들이는 농민들의 마음은 헛헛함이 가득하다. 쌀값이 4년 연속 곤두박질 치더니 쌀 한가마당 13만 3400원으로 20년 전 가격(1가마당 13만6700원)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정부가 쌀수급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농민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쌀대란’으로까지 표현되는 농촌현실에 대해 지난 13일 진보적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을 만났다.

김 의장은 쌀값대책을 부르짖다 희생된 고 백남기 농민이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지키며 시간이 날 때마다 11월 12일 전국농민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각 시도 농촌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쌀 대란이 현실화 된 상황에 대해 김 의장은 “쌀값폭락의 중심엔 수입쌀이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는 소비량 감소때문이라고 하는데 궁색한 변명이다. 어디 하루아침에 소비가 준 것도 아니고…. 정부는 재고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을뿐더러 사지 않아도 될 밥쌀까지 수입하고 있다. 게다가 대북쌀 지원마저 막아 버려 재고가 쌓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쌀값폭락으로 인한 정부의 쌀정책변화도 예측했다.

그는 “결국 정부는 쌀대란 국면을 이용해 그나마 쌀농가의 소득을 지지해 주고 있는 쌀목표가격과 직불금 제도를 축소시키고 쌀생산감축정책까지 강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히 농업진흥지역을 축소해 쌀생산량을 줄이려 하는데 국민식량창고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정말 망조가 든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이거야말로 쌀을 수입하기 위해 식량주권을 팔아먹겠다는 얘기다. 정말 한심한 정부가 아닐 수 없다”고 분개했다.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쌀수급대책에 대해서는 ‘농민 기만용 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번 대책은 예년 보다 20일 앞당겨 발표한 것 외에 알맹이가 없다. 지난해 실패한 쌀수급대책에 대한 반성도 없이 그대로 베꼈다고 해야 할 정도다. 이 정도 대책으로는 결코 쌀값폭락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전농이 내놓은 대책은 △적정재고 초과물량 100만톤 이상 수매, 우선지급금 5만 원 이상 보장 △밥쌀 수입 전면 중단 △대북쌀 교류 등 대규모 재고처리 대책수립 등이다.

농산물 가격폭락 걱정 없이 농사를 지으려면 농민들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김 의장은 “도둑놈이 내 집에 들어와 물건을 훔쳐 가면 어떻게 하겠냐”고 반문했다.

“지금 농민들은 눈 뜨고 내 몫을 도둑맞고 있다. 그것도 수십년 동안…. 농업을 경시한 정부가 구조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놨다. 이제 깨달음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논두렁농사만 잘 지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스팔트농사(내 것을 찾으려는 요구)도 지어야 하고 정치농사, 특히 선거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

고 백남기 농민 희생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반인륜적인 행위에 대한 심판과 부검원인을 제공한 서울대병원의 양심선언을 촉구했다.

그는 “농민을 위해 희생된 고 백남기 농민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그 분의 고귀한 희생을 조작하려 하는 세력들이야말로 아주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버린 사람들이다”라고 단언했다.

김 의장은 “이제 고 백남기 농민에게 빚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게 깨달음이다. 각 시군에 고 백남기 농민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서 ‘향’ 하나, 국화꽃 한송이 올리는 것도 빚갚음이고 농산물 폭락 걱정없이 사는 농촌을 만드는 작은 실천이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상세한 인터뷰 내용이다.

 

- 4년 연속 쌀값이 폭락했고, 쌀 대란이 현실화 됐다. 쌀값 폭락은 농가소득의 문제 만이 아니라, 농민들의 소비위축 등으로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이 되고 있다. 쌀값이 폭락한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는 쌀값 하락의 원인을 국민 쌀소비량 감소를 들고 있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현재 쌀 재고와 쌀값 하락의 중심에는 수입쌀이 차지하고 있다. 비록 재고가 적정 수준을 넘더라도 정부 재정능력과 소비대책으로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되는 41만톤의 저가쌀은 한국 쌀 시장에서 암 덩어리가 되어 해결 불능이다.

정부는 마치 WTO와 쌀 수출국의 입장에서 우리 쌀이 남는데도 무조건 쌀을 수입하고 있고, 사지 않아도 될 밥쌀마저 수입하고 있다. 올 6월초에도 미국쌀 2만5천톤을 수입했다. 여기에 대북 쌀 지원마저 막아 버림으로써 재고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약속한 쌀값 21만원은 고사하고 쌀 정책은 전무했다. 당장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농협RPC는 부실이 커지고 있고, 앞으로는 그 피해를 농민에게 전가할 것이다.

특히 쌀값 폭락은 쌀 정책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쌀 목표가격(80kg 쌀, 188,000원)이 쌀 농가의 소득을 어느 정도 지지해주고 있지만 이 제도 또한 쌀값 하락이 계속된다면 목표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는 쌀값 폭락 국면을 이용하여 쌀 목표가격과 직불금제도를 축소시키고 우리 쌀에 대한 생산 감축정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쌀수급 대책을 어떻게 보고 있나?

9월 21일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새누리당 대표 등이 모인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9월 22일부터는 새누리당과 정부가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지면서 농민들은 쌀값 대폭락에 대한 진전된 대책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농민 기만용 ‘쇼’에 불과한 것이며 박근혜 정부는 농민을 위한 아무런 대책과 의지가 없음을 확인됐다. 이번 대책은 작년보다 20일 앞당겨져 발표한 것 외에는 내용면에서 2014년, 2015년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작년에도 신곡수요 초과 물량을 수매·격리했지만 수매량 자체가 적어 농가소득과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집행시기도 수확기가 다 끝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4월에 집행되어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쌀값 대폭락을 안이하게 바라보지 말고 식량주권을 지킨다는 국익차원으로 접근해서 하루빨리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정부가 농업진흥지역 축소를 진행하고 있는데 정말 망조가 든 정책이다. 이 정부가 식량주권에 대한 개념이 없다. 정부가 무슨 권리로 국민식량창고를 줄이겠다는 건지, 이거야말로 쌀을 수입하기 위해 식량주권을 팔아 먹겠다는 것이다. 정말 한심한 정부다.

 

- 전농이 주장하는 쌀수급 안정 대책과 적정가격은?

우선 적정재고 초과물량을 하루빨리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 그 분량은 최소한 100만톤 이상이어야 하고 우선지급금도 5만 원을 보장해야 한다. RPC에 지원하는 매입자금도 무이자로 지급하고, 특히 밥쌀수입 전면중단을 구체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또한 농업진흥지역은 식량주권차원에서 보전해야 한다.

 

- 농업직불금도 대농(전체농민의 9.6%)에 집중되고 있는 등 농촌의 빈익빈부익부(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안이 있다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농민과 법인에게 정책자금 등 보조사업이 집중되고 있다. 대농 중심의 농업정책을 중단하고 중소농 중심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 특히 기업화형 농업이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의 중심엔 농산물 가격문제가 있다. 농산물 가격이 적정 생산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돼야 한다. 적정 가격만 보장되면 농민들은 더 욕심내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폭등하는 등 가격이 일정하지 못하다 보니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농촌의 정서도 험해지고 있다.

 

- 농산물 가격 폭락 걱정 없이 농사를 지으려면 농민들이 어떻게 해야 하고, 정부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나?

만약 도둑이 집에 들어와 쌀가마를 훔쳐 가면 어떻게 할 건가. 농민들은 지금 눈뜨고 자기 몫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는 수십년 동안 경제성장을 핑계로 기업논리로 농촌을 수탈했다. 구조적으로 농민들은 못살게 돼 있다. 이제는 논두렁농사만 잘 져서는 살지 못한다. 내 몫을 요구하는 시위 등 아스팔트농사도 지어야 하고, 정치농사도 지어야 한다. 특히 선거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

전농은 몇 년째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요구하고 있다. 농업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국가가 시장가격에 영향력을 줄 수 있을 만큼 적정물량을 수매해야한다. 수입 농산물을 줄이고 식량자급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또한 농민에게 농산물에 대한 가격 결정권이 주어져야 하고 지속가능한 농사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장기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 백남기 농민의 희생이 정치이슈로 떠올랐다. 현장상황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조작하고 책임을 안 지려고 하는 박근혜 정부의 시도가 노골적이고 반인륜적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병원 측의 입장을 바탕으로 유족을 매도하고 백남기 농민 투쟁본부를 이적단체 운운하며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러한 공작은 부검을 위한 시신탈취 사전 작업이며,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병사로 마무리하려는 천인공노할 짓이다.

전국에서 백남기 농민을 조문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고 있으며 매일 100여명이 장례식장 주변을 지키고 있다. 백남기 농민은 어려운 농촌현실을 극복하고 쌀값보장투쟁을 하시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희생됐다. 우리 농민들은 그 분에게 빚을 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농민들의 심성은 빚을 지고는 살지 못한다. 부조금을 받아도 반드시 작기장에 기록해 놓고 그 이상으로 갚아야 마음이 편다.

전국적으로 백남기 농민 분향소가 100여 곳 넘게 설치돼 있다.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서 분향소로 가 국화꽃 한송이, 향 하나 피워 올려 드리자 그것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갚고 농산물 가격폭락 걱정없이 사는 농촌을 만드는 작은 실천운동이다.

 

- 정부와 서울대학병원 측에 요구 사항과 앞으로 계획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백남기 농민을 지키는 것이 제일 큰 과제다. 많은 국민들이 함께하고 지켜보고 있어 당연히 가능하다고 본다. 부검의 원인을 제공한 서울대병원은 백남기 농민 사망 진단서를 사실대로 고쳐야 한다. 우리는 지역에서부터 반 서울대병원 투쟁을 시작할 것이며 동시에 폭력경찰에 대한 투쟁을 더 크게 벌여 나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것 까지가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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