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렬/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제아무리 인터넷에 공짜 뉴스가 넘쳐나도 뉴스는 돈을 받고 판매되는 상품이다. 왜냐하면 뉴스를 생산하는 저널리스트, 즉 저널리즘은 소비자인 독자들에게 “정보”를 판매하는 생산의 독점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보의 유통은 다양화되었지만, 뉴스 상품을 생산하는 저널리즘의 활동은 여전히 자신들의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지배하는 전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뉴스)의 가격은 결코 그 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않지만, 관례적으로 우리사회에서 정보의 가격은 제작자의 인지도, 즉 사회적 위상에 따라 결정되었다. 그런데 무분별한 복제가 만연한 인터넷에서 공짜 정보가 가공, 전달되면서 지금까지 형성된 체제가 혼란에 빠졌다.

인터넷 시대가 가속되면서 뉴스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이 제 가치를 얻지 못한 채 유통, 판매되는 우려를 낳게 된다. 포털에 제공되는 뉴스들은 헐값에 판매되고 이마저도 출처가 불분명한, 원제작자를 확인할 수 없는 뉴스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무작위로 복제, 유통되고 있다. 그래서 해외의 신문사들은 온라인상의 뉴스를 유료화하고 있다. 자사의 생산물과 공짜 뉴스를 차별화하고 온라인 구독료를 받기 위한 전략이다. 온라인의 유료화 전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온라인 시장에서 뉴스의 유료화는 사실 특별한 수익모델이 아니다. 단지 자신들의 생산물인 뉴스가 구독자인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과정의 연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문사들은 아직 온라인상의 유료화를 감행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신문사들이 미래의 신문시장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들을 살펴보면, 온라인상에서 불분명한 광고시장의 변화를 우려해 신문사의 광고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대신 신문의 판매비용을 점차 증가시키는데, 광고와 구독료의 비율이 2005년 당시 평균 7:3에서 2016년 3:7로 변화하게 된다. 자사의 뉴스를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전략보다 열(성)독자에게 뉴스를 제공, 판매하는 이들의 전략은 오늘날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비교적 성공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비교적이란 표현은 독일 뉴스들도 여지없이 SNS 뉴스 제공이나 포털(검색엔진)의 공짜 뉴스들과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6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총회는 변화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논의했는데, 몇 개의 신문사를 소개한다면 우선 자체적인 독자 데이터 분석 틀을 개발한 영국의 가디언이 눈에 띄는 사례였다. 자사의 독자 분석은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적극 활용되고 더욱 다양한 독자 참여로 연결되고 있었다. ‘뉴스 빅데이터’에서 더 나아간 ‘독자 빅데이터’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애틀랜타 저널의 경우, 개별 독자의 접속 데이터와 뉴스 이용 데이터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어떤 독자가 어떤 기사에 관심 있는지’를 파악하고, 개개인에게 관심 있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다시 독자 참여를 늘리는 모델이 소개되었다. 이 신문은 스포츠와 경제면을 함께 보는 독자가 참여도 및 유료 독자 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독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었다.

스웨덴의 일간신문 SVD는 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마다 다른 뉴스 패키지를 추천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40대 독자에게는 일간신문과 타블로이드 신문을 제공하고, 또 다른 지역 거주하는 독자에게는 일간신문, 타블로이드, 온라인 패키지 등 다른 뉴스 패키지를 추천하는 전략은 독자가 요구하는 뉴스 패키지를 신문사가 먼저 제공하는 사례이며, 이를 통해 독자 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자 데이터 수집도 중요하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독자 개개인에게 맞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성공사례로 나타난 것이다.

다시금 한국의 신문사들을 생각해 본다. 인터넷 공간에 떠다니는 공짜 뉴스들로 세상사를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더 이상 어느 신문사가 어떤 기사를 제공하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온라인상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정보만이 전부이기에 너나없이 속보성 기사와 자극성 또는 독성이 강한 기사들, 심지어 컴퓨터 앞에서 생산되는 낚시성 기사들을 재가공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구독자에게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여전히 광고에 의존한 구태를 지니고 있다. 인터넷 환경은 변화했어도 독자들을 외면하는 신문사들의 유아독존, 무재무능은 여전하다.

한국 신문을 바라보는 필자의 시각이 너무나 회의적인 것일까?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은 필자에게만 한정된 것이 분명 아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척도인 언론 자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2016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를 33점으로, 조사대상 199개 국가 중 66위로 발표했고,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6 세계언론 자유지수’ 역시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70위로 나타났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국가보안법 남용, 비판을 용납하지 못하는 정부, 그리고 온라인 검열을 심화하는 원인들이 제기됐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민, 즉 소비자들은 안중에 없는 언론들이 오로지 광고주와 정부의 눈치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우리 언론에 대한 평가이다. 신문사는 이제 누가 우리의 구독자인지 생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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