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기숙 씨가 추천하는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저자 유용주 출판사 솔 가격 6,500원

'땅 닮은 생명들은 다 구부정하다'

흙을 사랑하고 흙과 살며 구수한 흙 냄새나는 글로 유명한 김기숙 수필가. 그녀는 농어촌문학 동인이면서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 회원이기도 하다.

서산으로 시집오기 전 옛 당진군 구룡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기숙 수필가의 어린 시절은 그리 유복하지 못했다.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녀는 위로 오빠 둘이 서울로 떠나면서 살림을 도맡아 하며 동생들을 돌보았다. 지게를 지고 신작로에 자갈을 깔았고, 밭으로 논으로 손톱자랄 시간도 없었다. 서산으로 시집온 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평생을 흙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문학의 길은 언젠가는 가야할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구룡에 있는 성당초를 다니며 작문에서 나름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그녀가 다시 글과 마주 앉은 것은 마을 부녀회장을 하며 수기에 당선되면서 부터이다. 이후 지역신문에 수필이 실리고 농어촌문학에 들어가 전국 유명 작가들을 만나면서 재능의 날개를 펼쳤다.

2010년 ‘등잔’이라는 작품으로 『수필과 비평사』에 등단한 그녀의 작품 세계에는 언제나 흙냄새 나는 농촌의 삶과 노동 속에서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삶이 흙이며 흙이 문학인 그녀. 그런 그녀가 유용주 저자의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를 적극 추천했다.

1960년 장수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후 대전역 앞 경호제과에서 빵 만드는 일, 중국집 배달, 금세공 등을 거쳐 서산에서 근 20여년간 일명 노가다를 한 유용주 작가. 이 시기 삶의 촉매제는 술이었다. 술 힘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고단한 현장의 삶을 보낸 유 작가는 간월도에서 해산물을 파는 아주머니의 고무다라이를 마주하고 한 잔, 홍성 결성면에의 어느 식당에서 한 잔, 보령시장 끄뜨머리에 있는 어느 선술집에서 한 잔. 그의 글에는 술이 흐르고 삶이 흘렀다.

유용주 작가가 지향하는 삶은 우리 이웃들의 삶이며 김기숙 작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식으로 문학수업을 받았거나, 제도권 교육을 정식으로 이수한 것도 아닌 그가 써낸 글들은 다른 작가들보다 오히려 그 느낌이나 생각의 깊이가 깊다. 온몸으로 느끼며, 온몸으로 피를 토하며 썼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서산의 한 농촌에서 나무들이나, 풀들 그리고 하늘이나 바람들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써 내려간 글은 참삶이다. 그의 삶은 소박하고 꾸밈이 없기 그지 없지만 문장은 빛으로 반짝인다.

“가을에는 쭉정이도 고개 숙인다. 하늘에 차마 고개 들지 못할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땅은 다 용서해 주는데도 말이다. 이슬 하나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데도 말이다.(15쪽)”

김기숙 작가의 글도 그렇다. 관습적이지 않다. 흙을 '이슬 하나까지' 다 받아주는 존재로 본다. 김기숙 작가나 유용주 작가 모두 삶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있다. 피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한걸음씩 천천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그들의 언어다. 막연히 시는 아름답고 고운 언어의 향연이라 생각하지만 그들의 언어는 거칠고, 순박하다.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리도 자신만만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삶이란 버티는 것, 혹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읽은이가 밑줄 친 구절

떠오르는 해가 나를 물로 인도했다면 지는 저녁 해는 흙으로 나를 이끌어 가리라. 저 해가 나를 비추는 동안은 무서울 게 없으리라. 다시 가을이다. 강아지풀이 더욱 겸손해지는 시간이다. 물의 아랫도리가 더욱 맑아지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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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벼락 치듯 깨달은 정답이었다. 나는 작아도 좋으니 하자 없이 탄탄하고 안전한 집에서 알콩달콩 새끼 까고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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