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 지혜교육놀이터 점프트리 대표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우는 건가요?”

아이들 교육과 관련한 일을 하다 보니 부모님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종종 듣곤 한다.

본인도 어린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정답이 궁금할 때가 많지만 참으로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정답 대신 그동안 만났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12살에 만나 지금은 21살이 된 한 아이의 꿈은 과학자였는데 지금은 생명시스템 과학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10살에 만나 지금 19살이 된 아이는 당시 공부도 못했고, 꿈이 없었지만 자라면서 요리사를 선망했다. 하지만 현재는 조경과에 진학하려 준비 중이다.

또 다른 한 아이는 4살 되던 해에 한글을 읽고, 영어단어를 외워 당시에는 영재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전문대 사회복지과에 다니며 보육교사를 꿈꾸고 있다.

이 아이들이 성장한 지금의 모양새를 보고 잘 키웠는지 못 키웠는지 판단 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무슨 기준으로 우리 아이들을 잘 키웠는지 평가하느냐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에야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구시대의 잣대일 뿐 무용지물에 다름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많은 부모들이 과거 자신의 부모로부터 귀 따갑게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해준다. “학교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하지만 섬뜩하다. ‘말 잘 듣고 가만히 있어라’는 교육의 끝이 처참했기 때문이다.

우린 세월호 사건을 잊을 수 없다. 얼마나 말 잘 듣는 교육을 강조하고, 강요했으면 침몰하는 배 안에서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능동성을 지닌 인간에겐 감각적으로 대처 할 수 있는 판단력이 있다. 가라앉는 배에서는 본능적으로 뛰어나와야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에게서 판단을 빼앗아 갔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도 없애버렸다.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유식해진 지금, 과거와 같은 배경지식만으로는 절대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없다.

학교에서 받은 평가만으로 행복을 담보할 수 있던 시대는 저만치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부모들이 먼저 자각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한 수 위인 ‘지혜’이다.

하도 흔하디흔하게 쓰는 단어라 언뜻 와 닿지 않겠지만 자신의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깨어있는 부모라면 꼭 한번 되짚어 보기 바란다.

앞집, 뒷집, 옆집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자라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절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없다. 현명한 엄마라면 부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혜를 키워주는 것, 이것이야 말로 아이들을 잘 키우는 첫 번째 정답이자 금수저를 물려주는 지름길이다.(지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